서울이라는 거울.
가지런한 유리건물 
서울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반사하고 비추느라
예민하고 눈 시리다.
경기도로 퇴근하는 5월 전철 창문으로
가지런한 연못처럼
세상을 담은, 모내기를 마친 논을 본다.
하늘이 비친 논은
깊은 물 같다.
시골집 수돗가에 세워둔 거울 같다.
늘 4계절처럼 바뀌는
수염 주름 무성한 얼굴이나 비추다 보면.
하늘도 바람도
날아와 붙는 강아지풀도
내 얼굴이 된다.
올챙이처럼 어린 시절엔
그 논에서 수영하고 자라는 올챙이가
부러웠는데.
도시 유리에 갇힌 하늘에서는
부러운 것도 설레는 것도 드물지.
아이들의 웃음소리 없는
거울 벽 속으로
가끔 날아와 죽는 새들만 끔찍해
무덤도 지어줄 땅흙 없는 이곳 서울에.
하나하나
퇴근길에 만나는 나무와 바람과
모든 자연스러운 것들에게
인사한다.
인녕!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