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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틈 Aug 10. 2024

aphorism <서울이라는 거울>

서울이라는 거울.


가지런한 유리건물 

서울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반사하고 비추느라

예민하고 눈 시리다.


경기도로 퇴근하는 5월 전철 창문으로

가지런한 연못처럼

세상을 담은, 모내기를 마친 논을 본다.


하늘이 비친 논은

깊은 물 같다.

시골집 수돗가에 세워둔 거울 같다.


늘 4계절처럼 바뀌는

수염 주름 무성한 얼굴이나 비추다 보면.

하늘도 바람도

날아와 붙는 강아지풀도

내 얼굴이 된다.


올챙이처럼 어린 시절엔

그 논에서 수영하고 자라는 올챙이가

부러웠는데.


도시 유리에 갇힌 하늘에서는

부러운 것도 설레는 것도 드물지.


아이들의 웃음소리 없는

거울 벽 속으로

가끔 날아와 죽는 새들만 끔찍해

무덤도 지어줄 땅흙 없는 이곳 서울에.


하나하나

퇴근길에 만나는 나무와 바람과

모든 자연스러운 것들에게

인사한다.


인녕!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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