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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틈 Aug 14. 2024

Essay <랩, 노래, 이야기 말소리>

[sound of life] 김민기, 정태춘 노랫소리와 말소리

노랫소리엔 말소리도 있다.

다국적의 언어가 타악기처럼 타자소리처럼 내달리는 랩도 있고

저항의 메시지를 품은 래퍼의 날카로운 영혼이 담긴 벌스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알려지기 전에도 노래의 말이 있다.

판소리의 아니리도 연극적 요소라기보다는

요즘의 랩, 80년대의 내레이션에 가까운 일종의 읊조림

노래와 말 중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포크와 저항, 대중음악의 접점에서도 그런 노래들은

일종의 노래의 주제 외면에 풍경을 그려 넣기도 한다.

혹은 풍경이 된 노래에서 주인공의 대사가 되기도 한다.


노랫말과 이야기말의 조화


그 대표적 노랫소리, 말소리의 주인공 두 사람

김민기와 정태춘.

노래 속에 이야기 말이 가장 깊고 진한 두 분


정태춘은 함께 울고 있는 목소리고 말소리면

김민기는 울고 나서 토닥이며 안아주는 목소리고 말소리다.


정태춘의 '사람들'

시대의 풍경과 사람들을 잔잔히 노래하다가... 홀로 술잔 앞에서 독백하듯, 푸념하듯 이야기를 들려주면

그 앞에 앉아 그 노래를 듣는 사람은 가만히 숨죽여 울게 하는 말소리다.


김민기의 '봉우리'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함께 울음을 닦고 또 다른 오솔길을 보는 사람들의 말소리다.


성장통을 겪을 때마다 김민기의 노래는 함께 있었고

양희은의 노래에서, 학과방 동아리실의 낡은 노래책에서 함께 있었고

그러다가 가난한 20대 시절 대학로를 걷다 주머니를 털어 들어간 학전 극장에서도 있었다.

그땐 그 노래들보다. 노래 속의 말들이 더 슬펐다.

비로소 신문 1면 사진 같던 노래들 사이에서 누군가 내 눈을 보며 말을 걸어주는 느낌


혼잣말인 정태춘의 '사람들', 뉴스를 혼잣말처럼 애끓게 읽어가는 '우리들의 죽음'

노랫말 속에서 이야기말이 가진 힘과 슬픔을 보여주는 노래는

나이가 좀 더 들어서야 더 슬펐고


편지말이고 전화말 같은 김민기의 '봉우리', 잔잔히 희망과 뜨거움을 먼 곳 친구에게 보내는 '내 나라 내 겨레'

노랫말 속에서 이야기말은 다른 사람에게로 노랫말을 업고 들어가, 새로운 세계를 그리는 희망이 된다.


랩의 비트가 빨라지더라도

저 랩의 한 추억이고, 지난 세대인 '이야기 말'은

오늘도 노래 주변을 서성이며 내게 말을 건다.


노래를 부르려면 잠시 멈춰 세우고

손을 잡는다.

잡은 손에서 노랫소리의 말소리의

박자가 시작된다.

맥의 박이 느껴진다.



- 봉우리 - 1993.2

                  김민기

...

이봐 고갯마루에 먼저 오르더라도

뒤돌아 서서 고함치거나

손을 흔들어 댈 필요는 없어

난 바람에 나부끼는 자네 옷자락을

이 아래에서도 똑똑히

알아볼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

또 그렇다고 괜히 허전해하면서

주저앉아 땀이나 닦고 그러지는 마

땀이야 지나가는 바람이 식혀주겠지 뭐

혹시라도 어쩌다가

아픔 같은 것이 저며 올 때는

그럴 땐 바다를 생각해 바다

봉우리란 그저

넘어가는 고갯마루일 뿐이라고

...



- 사람들 -  1993. 10

                     정태춘

...

작년엔 만 삼천여 명이 교통사고로 죽고

이천이 삼백 여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죽고

천 이백 여명의 농민이 농약 뿌리다가 죽고

또 몇백 명의 당신네 아이들이 공부 공부에 치여

스스로 목숨을 끊고 죽고 죽고 죽고

지금도 계속 죽어가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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