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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틈 Sep 19. 2024

바보 같은 사람, 사람 같은 바보

승패의 지옥 속에서


바보

다 알지만 모른다

이미 알고 있지만 아직 모른다

모르는 게 뭔지도 알지만 오직 모른다


더 가지지

않겠다고

가장 낮은 곳부터 다져진 마음


사람

다 몰라도 안다

아직 모르고 있지만 이미 안다

모르는 게 뭔지도 모르고 그냥 다 안다


일단 다 가지겠다고

공허하게 허기진 마음


그 사이


같은 배고픔

같은 그리움

같은 두려움


바보 같은 사람

사람 같은 바보


-20240919 경의중앙선 안>


  바보 라는 말은 언제 시작됐을까?


  자연생태계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누군가가 고안하고 어떤 목적으로 사용했을 이 말은 치열한 승패와 소유 경쟁에 큰 구멍을 내었다. 바보는 뭘 잘 모르는 사람, 멍청한 사람, 부족한 사람의 의미여서 누군가가 ‘야 이 바보야!‘라고 말하면 기분 나쁘고 상처 받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이에서 갑자기 ‘이 바보~’라고 말할 땐 비난과 멸시가 아닌 ‘나 밖에 모르는 바보’의 의미가 된다.


 바보는 국민학교(초등학교 말고) 시절엔 줄임말 반어법으로 놀리는데도 사용되곤 했다. ‘난 바보야! 넌 천재고!‘ 응? 아...

-바보 : 바라볼 수록 보고싶은 사람!

-천재 : 천하에 재수 없는 놈!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도 스스로를 바보라고 불렀다. 이기려는 똑똑함 보다는 함께 가려는 바보같음을 더 귀하게 여기신 것.


 영화속 바보도 <백치 아다다>나 <바보선언>을 보면 알고 모르고의 일이 아니라 다른 마음 구석을 가리킨다. 본질을 더 잘 알고 본다는 것. 그렇다면 누가 바보인가?


  결국은 경멸적으로 바보라고 부르는 사람이 가장 그 바보의 부름에 응답해야 할 사람이 된다. 다 가지려고 더 가지려고 가지지 못한 사람을 바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불쌍한 바보가 된다.


바보는 듣는다.

듣는 사람들은 잘 안다.

알지만 모른다고 할 수 있다.


나는

바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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