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틈 Oct 05. 2024

맹모에게

눈을 뜨지 말거라

<맹모에게>


(*맹모 : 맹자의 어머니, 혹은 맹목적인 모든 것들)


눈을 감으면

너를 안아 줄 때마다

나도 안길거라 믿었다

뉴스에 뜬 끔찍한 알파벳

대명사들이

고유명사인 너일 수는 없을 거라

믿었다

눈을 감으면


빛이 없으니 어둠도 없고

믿지 못하니 불신도 없고

칼과 붓을 어둠에 들 이유도 없다

눈을 감으면


여기저기 들려오는 소리에

태어난 뒤로 계속 업은 너를

사실 아직 오지 않은 너를, 찾으러

웅성대는 소리를 따라가

낡은 전설을 헤집는다.


얼굴을 모르는구나... 아가.

하지만

이 어미가 네가 가야 할 곳으로 가마...


다리와 눈은 쓸모없단다.

겨울을 겪지 않아도 되니

살갗을 숨기렴.


눈을 감으면... 된다.

눈만 감으면 된다.

가장 바쁜 한 무리의 사람들을 따라

빛조차 무리 짓는 곳으로 가면

누구도 알아보지 못해도

누구든 알아볼 거다.

묻지 말거라. 믿지 말거라.

가만

가만히 있으며 무리가 되어라.

다만

눈을 뜨지 말거라.


모두

눈을 감고 있단다.


(사진-김틈 : 건널목)

========


  교육을 위해 삶의 터전까지 옮겼다는 위대한 성인 맹자의 어머니 이야기는 한국 사회로 와서 부동산 시장을 휩쓸고도 모자라 멈추지 않는 폭풍이 되었다.


  맹모는 아들 맹자를 못 믿었던 것일까? 가장 믿지 못하는 것이 자식이고, 가장 믿는 게 불안한 세상이어서 그랬을까?


 뉴스에 등장하는 A 씨 B 씨 C 씨들의 환경이 꼭 불우하거나 어둡지만은 않다. 멀쩡한 아파트의 멀쩡한 가정의 멀쩡한 아들처럼... 보이는, 병든 가족의 병든 아들이 선량하고 성실한 어린아이들의 아버지를 일본도로 잔인하게 살해했다. 가해자가 대기업 직원이든 어떤 좋은 학교를 나왔든 중요하지 않다.


  자신도 자식도 믿지 못하는 자들만 가득한 오늘 이곳에서는 믿음을 강요하는 종교가 성업 중이다. 불신의 악마를 그려놓고 맹신의 천사를 숭배하는 자들 중에서 현실을 눈뜨고 바라보는 자들은 드물다.


 가끔 나도 내가 맹모인가 한다. 아이에게 조심할 것들과 피해야 할 것들과 온갖 필요하다는 것들을 읊어놓고 나면 나는 이 아이의 마음의 얼굴을 본 적이 있을까...? 반문한다. 내가 내 아이를 믿지 못하는 게, 세상 탓이 아니라... 날 못 믿어온, 못 믿게 한 거대한 우리들 때문은 아닐까 쓴 질문을 삼켜본다.


  맹모들의 거대한 나라에서 눈을 감은 민족 대이동이 수시로 일어난다. 아무도 깔려 죽지 않길... 한 명씩 눈을 떠 자신의 길을 향한 첫 방향과 걸음을 딛길...










이전 18화 지구, 나무, 인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