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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틈 Oct 07. 2024

<110살의 아빠>

안녕. 난 죽음이야... 내가 곁에 있을게...

<110살의 아빠>


오래오래 살다 보면

오래오래 슬플 거야

오래오래 손짓해도

아무것도 모른다면

오래오래 아플 거야

아가야...

사랑하고

사랑했던

나는 겨울이니

네 꽃은

내가 떠나면 피우렴.

=============



요즘 잠자리에 들기 전 마지막 독립통을 겪는지

꼬맹이 녀석들이 유난 떨며 곁에 붙는다.

그리곤 죽음이나 수명에 대한 이야길 자주 한다.

외할아버지는 왜 돌아가실 때 한숨을 쉬셨냐고 묻거나

(날 숨이 모든 숨 쉬는 생명의 마지막 숨이란다…)

100살까지 사는 사람들은 3만 명 중에 하나라고 하며

(3만 명 중에 하나에 들도록 노력해 볼게…ㅋ)

미루 녀석은 본인 나이와 엄마 아빠 나이를 계산하더니

110살 까지는 살아야 한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 야생마 같은 큰 놈도 그 무렵 이랬다.

(그 녀석은 120살까지 살라고 했지…)


자신들의

기대수명까지(대략 현재 기준 90 전후) 내가 살아있어 달라는 소리. 간단히는 나보다 먼저 죽지 마.


모든 사랑하는 것들의 애틋한 마음.


교과서적인 수명 이야기(죽음은 슬프지만 세상을 건강하게 만들어. 그 모양이 성질이 바뀌는 것일 뿐야 아주 작아져서 다시 나무가 되거나 동물이 되거나 비바람 흙이 되는 거지… 아직도 티라노사우르스가 안 죽고 뛰어다닌다고 생각해 봐…)로 달래며 재우고 자기들 방으로 보내니..


나의 엄마 아빠의 남은 시간을 생각하게 된다.

휑한 바람이 드나드는 큰 골짜기처럼 서러움이 느껴지고 벌써부터 그리움이 무겁다. 하지만. 나도 가야 할 길.

110살이든 120살이든

살아있는 게 중요할까.

어떻게 살아있는가가 중요하지.

뉴스를 채우는 좀비 같은 아니 좀비들과는 다르게!


흙과 바람과 물과 어울리며

이롭게 죽어갈 수 있길.


덧> 기록을 찾아보니 정말 10년 전에 저런 책을… 큰 놈과 읽었네~ (“내가 함께 있을게” 볼프 에를부르흐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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