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그림자

그림자

by 김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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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지우고 싶은 그림자를 밟고 산다


한 포기 풀도 해에 기대어 하루를 살고

사람도 해를 바라며 하루를 살기에

발끝에 머문 그림자를 차마 버릴 수 없는 일


눈부신 환희와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사람도,

영롱한 눈빛과

차가운 상념을 지닌 사람도,

그림자는 모두 영혼 없는 진실


세상이 아무리 기뻐도

세상이 아무리 슬퍼도

무채색의 그림자는 언제나 말이 없는데

아프다고

뜨겁다고

왜 몸부림치는 것일까?


그림자처럼 영혼을 버릴 수만 있다면

침묵할 수 있을까?

오늘도 부끄러운 얼굴로 그림자를 밟고 서서

공허한 울림을 얼마나 많이 내뱉었던가?


지우고 싶은 그림자보다

침묵할 수 있는 자유를

언제쯤 사랑할 수 있을까?

해가 지면

그림자가 사라지듯 인생이 저문다는 사실을

깨닫는 날에야

그림자 없는 영혼과 대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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