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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화 May 15. 2018

29. 지나가네

지나가네


내 기억보다 더 오래된 

아주 오래된 너를 지우는 일은

태양을 비웃는 것처럼 의미 없는 일

삶 속에서 이별하는 사람들의 쓸쓸한 습관은

미련과 그리움의 경계를 허물지 못하는 어리석음    

 

요동치는 심장이 찬찬히 잠드는 날

그날이 오면

아주 지나버릴 그날이 오면

우리가 걸었던 

혹은 내가

혹은 네가 걸었던 길을 생각하리     


바람이 부네

바람이 불어오네

지나가네

또 지나가네

우리의 기나 긴 시간 뒤로 바람이 지나가네

화를 내며 재촉하는 시간보다 더 더디게

기억이 지나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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