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네
내 기억보다 더 오래된
아주 오래된 너를 지우는 일은
태양을 비웃는 것처럼 의미 없는 일
삶 속에서 이별하는 사람들의 쓸쓸한 습관은
미련과 그리움의 경계를 허물지 못하는 어리석음
요동치는 심장이 찬찬히 잠드는 날
그날이 오면
아주 지나버릴 그날이 오면
우리가 걸었던
혹은 내가
혹은 네가 걸었던 길을 생각하리
바람이 부네
바람이 불어오네
지나가네
또 지나가네
우리의 기나 긴 시간 뒤로 바람이 지나가네
화를 내며 재촉하는 시간보다 더 더디게
기억이 지나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