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고독한 사람이 아니어서
입술이 메마른 한 여자
그 여자의 가슴에
검은 동굴을 닮은 그림자가 밤새 울었다
한 떨기 수선화처럼 곱다한
청춘의 순간이
말없이 무너지는 순간
다시는 사랑하지 않으리란
뜨거운 맹세가 얼마나 부질없는지를
알아버린 슬픔이란!
자신을 연민하는 서글픈 고집 앞에
꽃잎을 갉아먹는 벌레조차
외면하지 못하는 여자가
상처 위로 뚝뚝 떨어지는 별을 본다
사랑이 아니면
그 무엇이 사람을 흔들리게 하는가
사랑이 아니면
그 무엇이 사람을 눈물 나게 하는가
사랑이 아니면
그 무엇이 사람을 이토록 아프게 하는가
뼛속 깊게 뿌리박은 상처마저
사랑할 수 있다면
한 그루의 나무가 되어도 좋겠다
꽃이 피고
뜨거운 한낮의 태양을 견디면
바람에도 열매가 맺히는 한 그루 나무
울어도 울지 않는 한 그루의 나무가 되어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