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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화 Jul 28. 2018

52.갇혀살다-4

그 겨울밤 아버지는 별을 보고 울었다

이맘 때 쯤이었을까?

입춘이 뭔지우수가 뭔지 모르는 아홉 살 계집아이는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콧노래를 부르며 이삿짐을 쌌다.

처음으로 가져보는 다락방을 상상하며 

즐겁게 짐을 싸는 철없는 아홉 살짜리 계집아이를 향해 

아버지는 쓸쓸하게 웃었다.

그리 좋으냐?”

계집아이는 도화지에 그려놓은 식구들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바보처럼 히히 웃었다.

바보멍청이!”

오라비는 눈을 흘기며 계집아이의 이마에 꿀밤을 먹였고

이유도 모르는 아이는 버럭버럭 악을 쓰며

울다 지쳐 잠이 들었다.     


늦은 저녁이삿짐을 다 풀도록

어머니는 시장에서 국밥을 파느라 돌아오지 않았고

금방 돌아오겠다던 아버지는 끝내 보증금을 구하지 못했다.

퉁퉁!

망치질 소리에 계집아이가 눈을 떴을 때

오라비들은 입술을 앙다물고 이삿짐을 싸고 있었다.

이렇게 추운데이렇게 추운데…….”

뚱보 주인 영감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애원하는 아버지는

어느새 낯선 도시의 작은 난쟁이가 되어 있었다.     


놀부 같은 뚱보 영감은 자물쇠를 잠그고 가 버렸고

아버지는 쓰디쓴 담배꽁초를 입에 물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뭔 하늘에 별이 저렇게도 많나?”

아버지가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눅눅한 연기를 내뿜을 때

아홉 살 계집아이는 아버지의 목젖이 한없이 떨리는 것을 보았다.

연민조차 죄가 되는 초라한 아버지의 가슴엔

쓰리고 아픈 어린 새끼들의 차가운 열꽃이 피어올랐다.     


우물가에 보따리를 쌓아두고 오들오들 떨고 있는

일곱 새끼들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눈에서

우리는 처음으로 아버지의 열꽃 같은 이슬을 보았다.

처음으로 

우리는 아버지의 눈물을 보았고 

처음으로 

우리는 아버지의 슬픈 인생을 보았다.


시집, ‘갇혀살다’ 에 수록된 ‘갇혀살다•4’의 전문     


http://blog.daum.net/poem67/18298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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