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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화 Aug 10. 2018

소음과 고래

2018.0807

     

새벽에 잠이 깼다. 무엇을 하기엔 너무나 어정쩡한 시간, 5시 30분.

자기도 그렇고 일어나기도 그저 그런 시간.

벌써 해는 떠서 이웃집 할머니는 밭에 물을 대느라 바게츠 끄는 소리며, 호수 끄는 소리가 들렸고

어디선가는 개 짓는 소리도 들렸다. 옆동 빌라다.


그곳 주인은 새벽에 일을 나가는데 항상 개를 홀로 두고 가고, 

개는 주인이 없는 방에서 서너 시간을 짖으며 운다.

주인은 개가 저렇게 짖는다는 걸 알고 있을까?

언제부턴가, 새벽이고 밤이고 짖어대는 소리에 강아지가 싫어지기 시작했다.


나처럼 잠을 자기 어려운 사람들에겐 조그만 소음도 꽤 방해가 된다.

너무나 열려버린 시골 동네, 그래서 떠나고 싶은 생각이 매일 드는 동네.

귀를 틀어 막을수록 소음은 강렬해진다.

문득 머리맡의 책을 본다.

내가 좋아하는 기형도 전집이다.

난 왜 기형도가 좋을까를 생각하다 말고 또 문득 천명관을 '고래'를 떠올린다.


갑자기 왜 그 책이 보고 싶어졌을까?

두껍고도 두꺼운 책을 그렇게 단숨에 읽은 건 고래가 처음이었다. 

지난한 새벽을 보내기엔 딱 적합한 소설!

기형도의 책은 한 줄 한 줄이 힘겨워 마음이 쓰인다. 그래서 아껴 읽고, 천천히 읽는다.


고래는 또다른 맛이다.

그런데 무람없이 짖어대는 소리를 압도하는 '고래'는 왜 저 강아지를 잡아 먹지 않을까? 

강아지를 잡아 먹고, 호랑이를 낳는 고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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