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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화 Aug 10. 2018

상실

20180808


여름철 기온이 1도씩 오르면 급성신부전환자가 23% 증가한단다.

여름이라 그럴까, 이번 검진에서 cr이 0.2 상승했다. 3.4다. 

4.2까지 올랐던 적도 있었으니....그것도 지난 여름의 일이었지.

물론 혈압은 처음으로 140을 넘었다.145다!

그걸 몸이 안다.

무기력함이 그걸 인정한다.


그래도 존경하고 사랑하는 우리 주치의 샘은 "너무 걱정하지 말"란다.

그 위로가 듣고 싶어 나는 병원을 굳이 빅5로 옮기지 않는다.

강남세브란스를 그렇게 다니면서도, 신부전은 꼭 2차 명지병원 최 교수님을 찾게 된다.

믿음이 생겨서다. 그냥 알 수 없는 믿음이다. 

 "그래도 혈압약을 처방하지 않"겠다는 말도 나는 착하게 듣는다.

단백뇨는 조금 줄어 670.

지난번엔 750이었는데...

부작용이 많은 스테로이드 치료를 하지 않는 결단도 고맙다.

난 아마도 그 부작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걸 꼭 아시는 것만 같다.


아프다는 건 많은 것을 상실하게 한다. 특히 '열정의 상실'이다.

그동안 나는 부자가 되고 싶은 욕심도, 차를 갖고 싶은 욕심도, 좋은 집을 갖고 싶은 욕심도 없었는데

그냥 살아갈 자신이 있었는데.....

지금은 모든 걸 갖고 싶다.

그것은 곧 나에게 상실을 의미한다.


지난 스터디에서 나는 목소리가 떨려 심하게 '쪽'을 팔았다.

어린 대학원생들(그래도 성인이지만) 앞에서 떠는 목소리라니!

그러나 아무도 나를 나무라진 않는다.

그냥 '쪽'을 팔았을 뿐이다.


연축성발성장애를, 말기 신부전을....

죽을 때까지 안고 살아야 하는 삶을 생각하면 

20년만 더 살았으면 싶다.

그것은 부정이면서 긍정이다. 


사실은 가장 힘든 게 비염(알러지)이고, 그다음이 연축성발성장애이고, 신부전은 오히려 견딜만 하다.

남들은 신부전이 제일 힘들겠다고 말하지만 난 여름에 겪는 비염(알러지)이 제일 힘이 든다.

어제도 나는 겨울 이불을 덮고 잤다.

그러나 알러지는 이해관계에서 큰 불편은 없다.

내가 감수하면 되는 문제니까....그러나 목소리는....어려운 문제다.

아픈 건 정말 고통이다. 어디든....병이 낫는다면 10년의 삶을 바꾸겠냐고 묻는다면 나는 응할 것이다.


코를 잘라낼 수 있다면 자르고 싶다. 

성대를 죄다 잘라 버리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는 콩팥도 퇴화하겠지.


그게 인생이라면 우리는 어떤 대가가 있는 걸까?

그건 사랑한 죄, 살아가는 죄, 인연의 죄인가?

내 몸과의 대단한 인연, 혹은 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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