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대부분의 인간은 행복인지, 천국인지, 사랑인지 막상 당시에는 모르다가, 한창 시간이 지나서 문득 돌아보면 아 그때가 천국이었구나, 행복이었구나, 사랑이었구나 하기 마련이다. 이 얘기를 왜 하냐면 그러니까 이세영(아내)과 박로하가 조리원에 있을 때만 해도 지금이 천국인지 몰랐던 것이 몹시 후회가 된다. 그때가 내 마지막 자유라는 걸 알았다면 훨씬 더 방만하게 생활했을텐데, 육아에 관한 감이 전혀 없던 나는 너무 성실하고 열심으로 살았지 모람.
어쨌거나 저쨌거나 아내와 이 작은 아이가 오고 본격적인 홈 육아가 펼쳐지면서 나는 '인류는 대체 어떻게 지금까지 존속할 수 있었을까?' 하는 본질적이고도 심오한 의문이 생겼다. 아무리 신생아라지만 인간이 이렇게 자주 먹고, 자주 쌀 수 있단 말인가... 어떤 존재가 이토록 사람을 힘들게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이후 30일간 내가 했던 몇 가지 소소한 생각과 내가 겪었던 일상들은 다음과 같다.
1. 박로하가 오기 전에 책도 보고 유튜브도 보면서 공부를 진짜 많이 했다. 아항~ 수유텀은 이런 거구나, 아항~ 젖꼭지는 이렇게 물리는 거구나, 아항~ 울 땐 이렇게 달래면 되는구나 등등... 그 모든 공부와 ‘아항~’은 실전 앞에 무용지물이었다. 밥을 먹고 기저귀를 갈아줬음에도 울고불고 난리치는 생명체를 보면서 나야말로 울고 싶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자고 싶었다.
2. 그간 육아 선배들에게 진짜 많이 들었던 말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으로 힘들 거라는 것과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거라는 것. 일단 전자는 확실히 알겠다. 그래서 하루는 울고있는 박로하를 달래며 물었다. “로하야, 기쁨은 언제 줄낀데?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되노?” 아이는 말이 없고, 이세영의 목소리만 멀리서 들려왔다. “오빠! 로하한테 사투리 쓰지마!!!!”
3. 박로하가 집에 온 첫날에만 똥을 싸고 4일간 똥을 못 쌌다. 나는 엄청 걱정하면서 소아과 예약 알아보고 이러던 중에 드디어 황금색 똥을 두 번이나 쌌다. 나는 기뻤다. 설마 애가 준다는 기쁨이 이런 종류란 말인가....;;; 살면서 누군가의 똥을 이렇게까지 기다려본 적이 없긴 했지만 그래도 내가 기대한 기쁨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물론 항변할 곳은 없고, 아이는 변을 보았으니 그것으로 됐다.
4. 한때 이렇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왜 신은 인간을 이렇게 불편하게 만드셨을까? 왜 먹어야하고, 자야하고 등등 너무 비효율적인 측면이 많은 것이 아닌가... 그러다 박로하를 키우며 비로소 깨달았다. 아... 잠은 신께서 인간에게 주신 축복이구나. 만약 인간이 잠을 자지 않았다면 모든 인간은 육아하다 다 죽었겠구나.
5.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인간들 5100만 명 대부분이 이렇게 부모의 관심과 둥가둥가와 노심초사 속에서 자랐을텐데 어떻게 세상이 고작 이따위일 수가 있나,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