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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김성철

아빠를 물었을 때 엄마는 곰을 잡으러 갔다고 했어

어린 나는 곰 가죽 뒤집어쓴 젊은 아빠를 기다렸지


-우리 아빠 어디서 곰을 잡고 있을까?

글씨는 깊게 눌러써 있었지


얼굴엔 긴 발톱 자국이, 옷소매에는 때가

바지는 반쯤 찢어졌다고 생각했어


곰과의 사투로 높게 코고는 소리가 어느

동굴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거든


학교에 입학하고 짝꿍이 아빠를 물었을 때

아빠는 사냥꾼이라고 말했던가?

놀려대던 짝꿍 얼굴에 곰 발자국 새겼지


-아빠는 북극곰을 잡고 있는 게 분명해

글씨는 왜 이렇게 삐뚤빼뚤한 거야?


왜 그리 순진했을까?

아무렇지 않게 곰을 잡으러 갔다고 한 엄마 거짓말을 철썩 믿었지


중학교에 올라왔을 때도

짝꿍이 또 물었지. 아빠 뭐해?


응! 지금쯤 아마 곰탕이 되었을 거야


이제 일기장을 펼치지 않는 중학생이 되었어

더 이상 엄마 거짓말에 놀아나지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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