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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자고

김성철

  내가 말을 몰랐다면

  아니 이기적이게 당신도 말을 몰랐다면

  말 모르는 네게 말 모르는 내가


  햇살의 손짓이나 들풀의 일어섬을 심장 소리처럼 보여줄 수 있었겠지 내가 말을 모르고 당신이 말을 모르므로 두근대는 혹은 감추려고만 하는 내 심장의 언어를 만지게 해 줄 수 있었겠지 지천에 널린 풀이나 돌들의 이야기를 손짓으로 매만지게 하고 소리 없이 기뻐하며 맨발로 저기 여기 뛰다니겠지 말로 형상화하는 모든 사람들을 뒤로하고서 눈으로 건네면 아무 말도 없는 네가 나만 보며 똑같은 눈빛을 내게 건네겠지 내가 말을 몰라서 네가 건네는 몸짓을 모르면 어쩔 줄 몰라 온몸으로 우는 너를 보겠지 나는 말을 모르니 너도 말을 모를 테고 답답하거나 억울할 때 그때마다 나는

  너를 온몸으로 쟁이겠지

  때론 앵돌거나 이기적인 너를 봐도

  온몸으로 너를 쟁이고선 뒤돌아 있겠지

  뒤돌아 말 모르는 네 심장만

  벌떡이는 심장만 만지고 있겠지

  네가 여전히 울고 있다면 뜨겁게 벌떡이며

  목 놓아 나도 따라 울겠지


  어쩌자고, 어쩌자고

  내가 말을 알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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