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불면

김성철

나는 귀신을 닮아 가는 중이오.

서늘한 기운 몰아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개지 않는 안개를 만들고 있소.

길 잃은 자들의 방향성을 짐작하며 나는 밤의 혼란을 지배하오.

혼란 부재 주취의 흔적들 말이오.

누군가 찾아온다면 나는 

문 걸어 잠근 채

영혼이 빠져나간 사체가 될지도 모르오.

그때, 내가 깨지 않을 때

방의 불을 끄고

어둠의 사진을 찍길 바라오.

나는 천장에 붙은 채 입을 모아

안개의 휘파람을 불고 있을 것이오.

날 찾아온 당신의 방향성은

내 고이 간직할 테니

당신은

내 방 이불 위에서 무릎 모아 둥글게 말린 채

내가 겪었던 불면을 생생하게 바라보시오.

매거진의 이전글 곰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