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철
나는 귀신을 닮아 가는 중이오.
서늘한 기운 몰아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개지 않는 안개를 만들고 있소.
길 잃은 자들의 방향성을 짐작하며 나는 밤의 혼란을 지배하오.
혼란 부재 주취의 흔적들 말이오.
누군가 찾아온다면 나는
문 걸어 잠근 채
영혼이 빠져나간 사체가 될지도 모르오.
그때, 내가 깨지 않을 때
방의 불을 끄고
어둠의 사진을 찍길 바라오.
나는 천장에 붙은 채 입을 모아
안개의 휘파람을 불고 있을 것이오.
날 찾아온 당신의 방향성은
내 고이 간직할 테니
당신은
내 방 이불 위에서 무릎 모아 둥글게 말린 채
내가 겪었던 불면을 생생하게 바라보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