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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보

김성철

깜깜해지면 집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어둠 엎어 쓰고 좁은 어깨 모아 잔뜩 웅크린 집

깜깜과 어둠의 경계는 비밀스런

움을 파고

다가가는 이가 있다면 발목을 먼저 삼켰다

어둠 짜는 소리가 담장을 넘을 때마다

사내는 한 장의 어둠을 펴 바른다고 누군가 말했다

집안을 훔쳐봤다던 녀석은 둥글고 환한 살이 올랐다고

소문처럼 눈을 부풀렸고

소문을 인 밤이면 사내는

폐품 같은 어둠들 사이로 달빛을 쟁였다

부푸는 소리도 없이 자란 그림자를 끌고

달빛을 거두러 창문을 기웃거리면

아이들은 

이불 속 밥공기처럼 납작 엎드렸다

그런 날이면 사내가 거둔 달빛의 양을 궁금해하다

잠이 들었다


그믐 때가 되면 문이 활짝 열리고

차곡차곡 쟁인 달빛을 트럭 가득 실어

내다 판다던 집

환하게 부풀어 오른 사내의 얼굴이 촘촘히 

어둠을 삼키고

그믐의 밤은 키가 무럭무럭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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