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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먹2

김성철

폭설이 쌓인 횡단보도를 걷는 일은 난해하다

녹은 눈을 피해 걷는 다거나 빙판 위에 올린 몸뚱아리의 안위를

위해 온몸에 바짝 힘을 준다거나     


어머니께서 오늘 수술을 하신다

성한 몸으로 폭설의 길을 뚫는 것도 힘든 일인데

홀로 다리품을 팔아 두 남매를 건사했다

오십 년 가까이 빙판을 뚫고 오셨다는 것

된소리 나는 고장 난 다리를 질질 끌고

온몸에 힘을 잔뜩 주고서 반평생을 걸었다

때론 미군용품을 들고, 때론 환하게 그려진 보험 안내 책자를

들고

당신의 안녕은 안녕     


누이가 혹시 모를 만일의 사태에 대해 고한다

부족한 A형 피를 빨리 구하는 방법에 대해

어머니는 수술대 위에서도 

빙판을 뒤뚱뒤뚱 걷고 계신다     


사주단자를 찾아 다시 짜고 싶은     


어머니는 서울에서 

나는 익산에서

죄송스럽게도 나는 기도밖에 할 게 없다

그게 자꾸 먹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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