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형씨
심장에 박히는 못처럼
뚫어지도록 보는 이유가 뭐요?
그 눈동자, 마치 한 자루의 송곳처럼
나는 시체의 눈을 보고 말을 걸어 보았다
아무도 나를 알지 못하고
나 또한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곳에서
이토록 떠돌이 개와 같이
죽는다
그것은 무슨 느낌입니까?
분명 시신도 찾으러 오지 않을
가족을 두고 여기 홀로 누워있음은
당신 자식들은 어깨 한 번 펴보지 못하고 살겠지요
눈을 비비고 다시 보자
그건 분명 빈사 상태의 사람이었다
나는 그 시체남자를 불쌍히 여기며
동물병원으로 데려다주었다
형씨,
심장에 박히는 못처럼
뚫어지도록 보는 이유가 뭐요?
그 눈동자, 마치 살아있는 한 자루 송곳처럼
2.
수의사 양반 이 시체를 치료해 주시오
아니 나는 동물을 치료하지 사람을,
그것도 죽은 자를 치료할 순 없소
아니오 의사양반 들어보시오 이 사람은 살아생전
개만도 못한 인생을 살았소
아파도 병원 문턱에도 디밀어보지 못했지
동물병원으로 오는 게 옳다고 시체가
분명히 당부했단 말이오 내 귀에 똑똑하게
슬프신 것을 알겠지만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경찰이라도 부르겠소!
네, 기꺼이 그러겠습니다!
수고하시오 수의사양반, 난 다른 동물병원에 갈테니!
잘 보시오 이 남자는 살아생전 개만도 못한 인생을 살았다는 말이오
그건 그의 선택과 잘못과 실수에 의한 것입니다
저는 그 남자를 압니다 제 말을 들어보시겠습니까?
이야기꾼 수의사양반, 당신이 정말 이 시체의 이야기를 안단 말이오?
3.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그 어르신이
제 이혼한 아내의 먼 친척 어른 되시거든요
그자의 이름은 황구인데 어느 날 보신탕집에서
사람들이 그의 부모를 잡아먹는 걸 보고 미쳐서
자기가 사람인 줄 알았더니 어느 날 정말 사람이 돼버렸습니다
그렇게 황구는 보신탕집에서 나오게 되었습니다
황구는
정말 말쑥하게 해 입고 다녔더랍니다
4.
싫다는 지인들을 보증 세워
빚을 내 사업을 시작했는데
가게의 월세도 밀리고
휴일마다 나와 일해도 적자가 났습니다
일해도 형편은 나아지지 않고
자식은 다섯을 넘어가니 아내에게 이혼당했습니다
고향, 그는 고향에 돌아갔지만
그리던 고향이 아니었습니다
집들은 모두 낡고 기울거나
허물어지고 새 빌라단지가 들어섰고
그는 밤낮없는
채권추심에 시달리다 노숙자가 되었습니다
삶은 힘들고, 그리고 죽음은 두려웠지요
교착상태에서 지지부진히
별 진척도 안 보인 채 삶은 계속되었습니다
내가 노래했다
'...더도 덜도 말고
반목도 친목도 않고
유다의 키스처럼
싸움도 친절도 없이
웃음도 울음도 빼놓고
술도 음악도 빼고...'
5.
그는 미쳐서 이북 공산독재국가의 인권문제와
시리아 난민아이들의 이야기와
내전으로 엉망이 된 남수단과 콜롬비아의 비극에
눈물흘리고 -사람들은 실생활과 무관하니 비웃었지요-
사회문제를 기록으로 남긴다고 뛰어다녔습니다
'사람들이여 자살하라!
건전한 노동의 느낌이 최고라면 소나 말로 태어나고
아픈 게 싫다면 물고기나 곤충으로 태어났어야 했다
또는 사람을 배신하지 않고 믿음 주고받는
충직함이 인생최고 덕목이라면 개로 태어나라!'
한국은 그를 이렇게 대했습니다
간판, 간판공화국입니다
얼굴이라는 신체의 간판을 뜯어고치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가슴을 키우고 명품을 두르고
학벌을 서열화하는 것도 비슷하지요
성형외과 메스의 아름다움과 쪼개는 것의
효율성을 아셔야 합니다
TV를 보면 그걸 알 수 있습니다
남자는 중년에 중후한 목소리를 가진 게 능력있어 보이고
여자는 한살이라도 어리고 예쁜 게 능력있어 보이지요
토씨 하나까지 같은 뉴스더라도 이런 앵커가 읽으면
더 사리에 맞는 이야기처럼 들립니다
이렇게 남자와 여자에게 기대되는 역할이란 선명하게 분리되어있습니다
황구는 좋게 보아도 못생긴 얼굴이었고
술을 밝혀 뚱뚱했습니다
고지혈증과 고혈압 같은 건 덤이었고
개이다 보니 대학을 나오지도 못했습니다
변변찮은 간판이면 그 주제에 만족해
살아야하는데 황구는 개새끼라 그런 개념이 없었습니다
나도 신나서 한마디 거들었다
병신들의 특징이지요 어딜가나 별종이 있습니다
그들은 한국의 수치입니다
6.
사업이 망하고
교회 집사님께 사기를 당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비롯해
한 때 황구가 사랑했던 모든 것들이
황구에게 구토 기를 느끼게 했더랬습니다
칸트와 홉스와 루소의 저술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한데 황구도 썩 착한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나중에 돈 만 원 쥐여준다면 관제데모에도 나가고 했습니다
선반 위에는 죽은 채 노란 개가 누워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