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는 일은 사망신고서와 사망진단서를 접수하고 주민등록을 말소,
그리고 가족관계등록관서에 가족관계등록부 폐쇄를 청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비유적인 저승사자가 되는 꿈을 꿨다
아무런 힘도 재량도 없고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말단 공무원 임무와
저승사자의 임무는 다르지 않았다
죽은 사람한테 그쪽으로 가면 안 되신다고
저쪽으로 가시라고 하는 것이다
공간의 반은 병원이고 반은 공항 출국장인 곳이었다
한 번 들어가면 다시 나올 수 없고 먼 곳으로 간다는 의미에서
공항 보안검색대가 돌아올 수 없는 강
망자의 섬으로 가는 곳을 상징한 것 같다
'이 사람들은 죽은 사람들이에요. 심장이 안 뛰잖아요.'
그렇게 산 자들의 세계인 병원으로 돌아가려는,
그런데 죽음이라는 경계 때문인지 병원 앞을 기웃거릴 뿐
그 너머의 영안실로 들어가지 못하는, 영혼들을 보았다
아직 자기가 살아있다고 굳게 믿는 그들을 공항 검색대로 보낼 때
꿈속의 영혼들이 보이던 적의에 찬 시선을 잊을 수 없다
말단 저승사자에게는 영장 없이 체포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망자가 임의동행을 거부하고 자기 육신으로 돌아가겠다고 따지면
강제할 방법 없이 설득하다 관련 부서 통보를 하고
무기력하게 내 자리로 돌아와 앉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사라진 망자들이 어디로 숨어버렸는지 알 바가 없다
아마도 저승사자 말단인 내 업무처리가 미숙하고 유도리 없다고
저승에 민원을 넣지 않을까
죽음이란 돌아올 수 없는 긴 여행
삶이라는 무대로부터의 출국인 걸까
나는 소름이 돋을 만큼 무감정하지 않았었나
나는, 나 자신은 숨을 쉬고 있었나
나도 병원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이들 중 하나이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