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사람들이 없을 때,
걸어가는 길이 끝없이 길게 보이며
홀로 걸을 수 없어 보일 때가 있다
용기를 내려 해도
첫걸음도 내딛기 힘든 우울한 밤 말이다
하지만 그런 밤이 찾아오기 전까지는
누구나 혼자서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다고
쉽게 믿는 것이다
거리는 이미 잠과 평화를 맞이했고
간간이 들려오던 노랫소리는 사그라들었다
기쁨도 분노도 다툼도 소진되고
분투하던 날들도 끝났다
그 드물어져 없어져 버린 인적들 뒤로
스스로 무엇을 갈구하는지
어디로 가고 싶은지
알지 못한 채,
삶의 우울한 수단이
되어버린 이들만 이따금 비틀거리며 길을 걷는다
그들의 앞으로 이미 전사해버린 세상만이
둥글게 별들이 장식된 밤에 소중히 쌓여
밝게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