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oesy Aug 26. 2023

출발과 직감



조용히 가슴을 찢던

떠나간 아끼는 이의 흐느낌

시간이 지나가면

그리움이라는 잔향이 되며 흐려진다

추억은 먼 거리의 떠들썩한 축제의 소음처럼

다른 세상에서 일어나는,

어쩌다 고개를 뒤돌려 귀기울여야

비로소 선명해지는

낯선 사건이 되어간다


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는 순간이면

떠나간 이가 남긴 평범한 단어들

두서없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그런 날, 여름 볕의 잔열이 맴도는 밤길로 나와

이어지는 뻔한 열대야를 찾아서

몽유병자가 되어 헤매듯 바다로 걸어가

구름이 마지막 선명한 보랏빛 광채를 터뜨리는

바다의 끝을 보며 삶의 의미를 반추한다


사람은 떠나고 이야기를 남긴다

사실 우리가 인생이라는 연극을 마치고

극에 막이 내릴 때면

남겨지는 것은 이미지도 동영상도 이름도 아닌

여러사람들의 기억에 담기는

한 보따리 어떤 다채로운 이야기들뿐이다

이야기는 엉망진창이고 개연성도 없으며

딱히 아름다웠던 순간만 가득하지도 않다


그렇지만 어딘지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이

차를 타고 가면

멀리서 빠르게 다가오고 멀어지는

거리의 이정표들처럼

예고 없이 순간순간 번쩍이는 것이다


그러면 누구나 직감하게 리라

또 한 번 삶은 숨죽인 눈물로

메마른 잿더미에서 싹틔울

새로운 아름다운 순간을 기약도 없이

기다려낼 것임을











작가의 이전글 당연한 삶의 경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