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들이 상실 이후 공통적으로 앓는 병은
진심으로 대한 잘못이고,
창밖으로 내리는 비는 은행나무길 아래 잠든
아름다운 회상으로 그들을 초대해 준다
사랑하는 이에게 숨어 있는 새로운 멋진 모습을
노란 단풍을 밟는 매 걸음마다 찾을 수 있었던 가슴 뛰는 순간으로
상실은 마치 사건의 지평선을 닮아
가혹한 세상의 침묵을 일으킨다 그러면
가장 잔인하고 불가역한 화학반응도 이보다는 상냥하리라 소리 질러본다
그래도 침묵은 그대로이며 상실은 이상한 것이 아니다
우주가 그렇고 시간이 그러며 지난 역사 속 사회 변화가 그러하듯이
모든 이에게 일어나게 되어 있는 사건인 것이다
- 길에서 어린아이가 비명을 내지른다 하여도 지구가 자전을, 달이 공전을
멈추는 바 없듯이
비록 익숙하던 장소들은 '왜 이번에는 혼자 왔느냐'라며 다그치듯 물으며
적막 속으로 우리를 내몰 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