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날

by 한진수 Poesy




아픈 손가락을 가진

산새들이 연을 날리던 산비탈에

봄꽃이 졌다


아픈 손가락을 가진 부모는

연을 날리는 꼬맹이였다


비 온 뒤 봄꽃이 만발한 들 위로

거센 맞바람을 타며 날아오르는 연은

단단한 실이 잡아주고 있다


부모가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

세상을 탐험하는 아이의

실이 되어주겠노라고

맹세하는 것은

연을 날리던

산골에 살던 시절의 추억을

아름답게 간직하고 있기 때문인 것을

아마 자신도 모르고 있을 것이지만


연을 날리며 실에 손가락이 베이고

살갗이 쓸려도 아픈 손가락의 괴로움보다


불어오는 바람과 햇살 속에

그저 위태로이 흔들리던 연이

끝내 저 높은 곳에서

행복하게 춤추던 광경을 본

즐거운 날이 눈앞에 생생하므로


노을을 지나

해가 저문 들녘에

연을 다 날린 부모는

산새로 변신해 떠나간다


육신이란 우리의 영혼이나

소망 따위를 담고 있는 좁은 새장과 같고

어느 날 새장이 답답해지면

영혼은 새장의 문을 열어젖히고

넓고 푸른 하늘 높이 날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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