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나무숲

by 한진수 Poesy




아빠들은 아빠나무숲으로 간다


잃어버린 종남밭 마을서 태어나

바닷가서 자란

우리 아빠는 그런 아빠나무숲에 가서

그 덥지도 춥지도 않은데

막걸리는 너무 시원하게 넘어가는

숲의 오두막에서


마당에 개가 짖고,

우영밭에 상추가 크고

식탁에는 먼저 와 기다리시던

젊은 날 친구들과 마주 앉아

친구들은 아직 모르는 나날의 모험을 이야기하며

머리를 긁적일 것이다


그러다 어느 날은 나의 장인어른도 찾아가

나의 착한 아내이자 아빠의 맏며느리

수학 잘하는 우리 아내에 대한 자랑을

하루 종일 들어주시며

같이 시간을 보내고 계실 것이다


먼 훗날 아빠가 된 나도

자식들의 따듯한 배웅을 받으며 그 숲에

마침내 아버지를 만나러 갈 날까지

힘내라고 격려해 주며


지금은 아직 이르니

손자 다 커서 장가갈 때까지 절대

따라오지 말라고

나에게 다시 한번 신신당부해 두고


나훈아 노래도 부르고

유람선도 타고 숲길도 산책하고

책도 읽고 태역밭과 정원도 가꾸고

여행도 다니시며


꼬마는 자라

아빠가 되고


아빠들은 죽으면

아빠나무숲으로 간다
































제주도 말

- 종남밭: 떼죽나무마을

- 우영밭: 집을 둘러싸게 조성된 텃밭

- 태역밭: 잔디밭









(Sora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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