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그래비티

느린 풀을 곱씹는 순한 소처럼

이 별에서의 사랑의 시

by 이창훈

간이역




부풀어 오른 달은 점점 쭈그러지다 다시 부풀고

이 별의 가슴 한복판을 벗어날 수 없다

이 별에서 저 달로 촘촘히 징검다리를 놓겠다는

미친 새들은 아름다웠지만

부풀어 오른 바퀴는 슬픔으로 굴러도

시계추처럼 선로를 일탈할 수 없다


환한 세상, 빤한 세상

다투어 고속열차 고속도로

반짝반짝 빛나는 새 역사를 만들기에 바쁜, 분명한

시작과 끝만 보는, 보이는 빛나는 도시

이별과 만남과 이별만

손 흔들고, 으스러지게 끌어안는 포옹만 있는

사막, 선인장은 소금기 수액을 뿜어 내며 무엇을 기다리는가


누구도 가지 않아 빈혈 앓는 역

빠르게 지나치는 속도를 눈에 담을 수는 없어

느린 풀을 곱씹는 순한 소처럼 엎드려

나 홀로 간이역을 지킨다

다 해진 신발을 벗고

따스한 햇살 속에 몸을 풀고 있는 기차 등을 핥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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