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그래비티

작은 사랑노래

이 별에서 사랑의 시

by 이창훈

작은 사랑노래




초에 불을 켠다

어둠을 끄기 위해서가 아니다

어두운 밤길에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다


촛불을 켠다는 건

상처의 가슴에 등을 켜는 것

조용히 등을 켜고

침묵의 말로 묻는 것

아프냐고

아프구나


촛불을 켠다는 건

어둠 속에 웅크려 숨죽여 울고 있는

네 슬픔의 어깨를 말없이 껴안겠다는 것

파묻은 절망의 얼굴을 살포시 들게 하겠다는 것


촛불을 켠다는 건

점으로 박힌 그 얼굴의 못자국을 비추겠다는 것

그 못자국 하나 하나에 따스히 입맞추겠다는 것

그리곤 네 검은 눈동자를 바라보겠다는 것


별이 어둠을 끄기 위해 돋아나지 않듯

오히려 어둠을 어둠이게 하기 위해 피어나듯

상처의 등에 켠 작은 불꽃에

환해진 상처의 풍경


밖으로 난 기다림을 향해 그저 기다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내 안으로 난 그리움의 길로

천천히 너를 만나러 가기 위해서

오늘밤 초에 불을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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