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창훈 Aug 05. 2021

'그럼에도'와 '일어섬'

교실일지

섬      




긴 연휴 끝나 맞이하는

첫 문학시간


“샘~ 어디 좀 다녀 오셨어요?”


연휴 내내 독서실에서

수능 문제집들과 씨름하다 온

아이들이 묻는다


“섬에 좀 다녀왔다. 혼자서~”


“우와~ 좋았겠다. 무슨 섬요?”


“샘이 가장 아끼고 좋아하는 섬

그러나 어쩌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섬”


그 섬이 어딘데요?


그럼에도” 와 “일어섬


삽시간에 정적이 흐르다

피식 피식~ 터져나오는 헛웃음들

실없는 농담을 들었다는 듯

과목이 문학이니까 함 봐준다는 듯

재잘재잘대는 어린 벗들에게


잔뜩 비 내리는 시험지 저공비행하는 성적으로

어디 숨을 곳 없나 아무리 찾아봐도

바닥치는 마음 길은 보이지 않아

길 바닥에 그저 눕히고만 싶을 때


꿈이 뭐야? 뭐 공부하고 싶어? 라는 질문에

여지껏 꿈이 없어 뭘 공부해야 할지 몰라 

고장난 나침반의 헛도는 바늘처럼 갈팡질팡

어디를 바라보고 어느 길을 향해 서야 할지 도무지 모를 때

도무지 몰라 누군가 

긴 손가락을 들어 그 길의 길을 가리켜 주었으면 좋겠다고 욕망할 때


누구보다 믿었던 친구

사랑하는 누군가가 매정히 등을 보이며 돌아설 때 

그 돌아섬에 무너지는 마음 

재처럼 주저앉아 속으로만 울게 될 때

안으로만 소용돌이치는 그 울음에 

잠겨 죽을 것만 같은 예감이 드는 


그런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저앉은 마음의 척추를 꼿꼿이 세워 가야 할

외로운


다시

일어섬”  





매거진의 이전글 꿈꾸지 마라 친애하는 어린 벗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