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별에서 그리움의 시
-이창훈
지나간 흔적들 중에 맑았던,
아무런 치장도 그 어떤 윤색도 없이
가장 아름다웠던 추억을 단 하나 꼽으라면
성북동 벚꽃나무 아래서 당신을 기다렸던 일
하얀 눈보라같이 아름답게 속삭이던
꽃잎들 아래서 시를 읽으며
깜장 똥이 묻어나는 모나미 볼펜으로 시를 끄적이면서...
그렇게 마치 멎은 듯한 시간 속에서
간절하게 나직나직이 부르면
낮게 엎드린 가난한 집들 사이 고샅길로
땅에 떨어진 꽃잎을 한 아름 안고서
눈동자에 나를 담으며 서서히 다가오던 그대
세상의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라는 생각조차도
잊어버리게 했던 그때로 돌아가서
한 그루 벚꽃나무로 서서
당신을 기다리며
큰 길에서 만해 한용운의 집터였던 '심우장'으로 오르는 길. 낮게 엎드린 가난한 집들. 그 사이를 가는 등뼈처럼 휘어져 뻗어 있던 길. 그 골목의 끝자락에 '마가렛'이란 이름의 공부방이 있었습니다. 그곳엔 코흘리개 아이들이 학교가 끝나면 모여들어... 가난한 권정생 선생의 동화를 함께 읽기도... 연필을 들고 삐뚤빼뚤 일기나 독후감을 쓰기도 했었습니다. 그 아이들 곁에 나이 지긋한 수녀님 한 분과 그 분을 도와 아이들 공부와 생활을 돌보는 나이 어린 대학생 여럿이 있었습니다. 언니 오빠로 불렸던 그 대학생 중에 한 분을 마음 속에 품고 있었던 시절이었습니다. 저물 무렵... 언제나 물기어린 눈으로 금방이라도 맑은 눈물을 쏟을 것만 같았던 그 사람을 기다리곤 했습니다.
그 골목 끝자락과 산성이 연결되던 흙길에 유독 넉넉하고 큰 품으로 서 있던 벚꽃나무 아래. 그 아래서 시를 읽으며... 시를 쓰며 기다리곤 했습니다. 마치 세상의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상념 자체를 잊어버리게 만들었던 그 벚꽃나무. 그 흩날리던 하얀 밥풀같던... 눈송이같던 꽃잎들.
꽃이 져도 잎이 져도 사랑은 지지 않아... 그 그리움 이길 수 없는 날은 가끔씩 성북동에 가곤 했습니다.
다시 오지 못할 길인 걸 알면서도 남대천으로 회귀하는 연어처럼 그렇게 제 마음의 발걸음은 뚜벅뚜벅 그 때 그 길을 다시 걷고 또 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