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별에서 쓰는 그리움의 시
- 이창훈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살아나왔다면
해방된 조국으로 돌아와
그는 선생님이 되었을 것이다
버짐 핀 얼굴과 비쩍 마른 몸으로
삐걱거리는 나무 걸상에 앉아
교탁을 바라보고 있는
눈동자 초롱초롱한 아이들에게
모국어를 가르쳤을 것이다
영어도 가르쳤을 것이다
산수유 진달래 흐드러진 봄날이면
꽃나무 아래에
헐벗은 아이들 두런두런 앉혀 놓고
시를 들려줬을 것이다
시를 쓰게 했을 것이다
몽당연필을 들고 함께 시를 썼을 것이다
아이들 아무리 많아도
자전거를 타고 마을 고샅길 이곳저곳 누비며
가정방문을 다녔을 것이다
단 한 집도 거르지 않고
양 볼이 패인 가난한 부모들에게
땀흘려 공부하는 풀꽃같은 아이들
한 명 한 명 칭찬했을 것이다
낙엽들 온통 여기저기 뒹구는 가을날
야외 수업을 하며 아이들에게
노란 은행잎 하나씩 주워 와
시가 실린 국어책 책장 사이에 끼우게 했을 것이다
소중히 간직할 사랑의 마음을
말없이 아이들 가슴에 새기려 했을 것이다
길고 긴 겨울
눈이 내리고 쌓인 날
운동장 밖에 놀 곳이 없는 아이들과 함께
신나게 눈을 맞췄을 것이다
흥겹게 눈을 굴렸을 것이다
그리움의 탑을 쌓듯 눈사람을 만들었을 것이다
눈사람 만들다 그대로 눈사람이 되어 버렸을지도 모른다
날이면 날마다
해가 지는 교실 창가에 앉아
오래도록 시를 썼을 것이다
어두워 가는 밤하늘을 올려다 보며
눈을 뜨고 별을 기다렸을 것이다
뜨는 별 하나 하나에
어릴 적 용정의 그리운 이름들
숨죽인 소리로 한 명 한 명 불러냈을 것이다
별의 눈빛과 오래도록 눈맞췄을 것이다
교정의 느티나무 높은 가지 끝
지는 별 하나 걸려 오도가도 못해
시린 바람에 떨고 있을 때
문을 열고 나무 아래로 가
천천히 오르고 올랐을 것이다
옷섶에 넣고 내려 왔을 것이다
그 별을 가슴에 품고
집으로 돌아가곤 했을 것이다
깊고 어두워 가는
초에 작고 둥근 불을 켜든 밤
마음다해 숨죽여 부르고 불러 봅니다.
긴 이름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윤.동.주.’
입시와 성과 위주의 학교에서 외롭고 쓸쓸했지만
아름다운 시인의 시를 가르치며 행복했습니다.
그는 죽었지만
그는 여전히 살아있어 어느 작은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문학을 공부하고 시를 쓰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맑고 푸르른 하늘을 볼 때면
부끄럽게 살고 싶지 않았지만
삶도 세상도 온통 부끄러워 어딘가로 숨고만 싶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감히
희망과 사랑을 말하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