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움직일 수 없는 마음이 뿌리내릴 곳은 어디인가

이 별에서 쓴 그리움의 시

by 이창훈

나무

-이창훈




당신이

흰눈처럼 말없이 떠나간 길을

아득하게 들여다 본다


길가의 나무가 되어

오래도록 바라다 본다


움직일 수 없는 마음이

뿌리내릴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

정처없이 맴도는 나이테의 발걸음

나에게서 나에게로 되돌아오고


바람이 분다

부드러운 혀들이 뽑힌 자리, 침묵의 눈

피지 않고 침묵할 때

발치에 흩날리는 낙엽같이

메마른 손들만 문을 열었다 닫는다

손과 손 사이

아슬아슬 흔들리는 빈 거미줄에

부서지는 햇살의 잔해


쓸쓸하게

오지 않는 자여

부재함으로써 살아나는

그리움의 사금파리


당신이

첫눈처럼 말없이 다가 올 길을

오래오래 들여다 본다




나무.jpg --'움직일 수 없는 마음이 뿌리내릴 곳은 어디인가', Pixabay 무료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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