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별에서 쓴 그리움의 시
-이창훈
당신이
흰눈처럼 말없이 떠나간 길을
아득하게 들여다 본다
길가의 나무가 되어
오래도록 바라다 본다
움직일 수 없는 마음이
뿌리내릴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
정처없이 맴도는 나이테의 발걸음
나에게서 나에게로 되돌아오고
바람이 분다
부드러운 혀들이 뽑힌 자리, 침묵의 눈
피지 않고 침묵할 때
발치에 흩날리는 낙엽같이
메마른 손들만 문을 열었다 닫는다
손과 손 사이
아슬아슬 흔들리는 빈 거미줄에
부서지는 햇살의 잔해
쓸쓸하게
오지 않는 자여
오
부재함으로써 살아나는
그리움의 사금파리
당신이
첫눈처럼 말없이 다가 올 길을
오래오래 들여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