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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훈 Jan 10. 2023

윤효의 '못'

이 별에서 만난 일상의 시

                            -윤효




가슴에 굵은 못을 박고 사는 사람들이 생애가 저물어가도록 그

못을 차마 뽑아버리지 못하는 것은 자기 생의 가장 뜨거운 부분을

거기 걸어놓았기 때문이다.






  오래 전 이사를 간 집.  벽에 새로 도배를 하려고 모서리 곳곳마다 곰팡이 핀, 헌 도배지를 벗기는 순간... 듬성듬성 선연하게 드러나던 못자국들... 도배를 하며 이 많은 상처를 안고 너는 여기 살아왔구나~ 내가 그 상처를 덮어줄게~ 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전 거주자가 뽑지 않고 간, 거실 벽 좌측 중앙에 남은 큰 못 하나가 괜히 이질적이고 생뚱맞아 보여 아무런 느낌 없이 망치의 뒷부분으로 10여분 정도를 낑낑거리며 뽑아버렸던 적이 있었다.


  그 때, 이 시를 읽었더라면... 아마도 나는 그 큰 못 하나를 뽑지 않았을 것이다. 인간이라면 심장의 약간 아랫부분 즈음에 박혀 있던 그 굵은 못. 아무리 뽑으려고 몸부림쳐도 결코 스스로는 뽑을 수 없었던 그 상처의 대못. 그 집, 그는 자신이 함께 살며 품고 있는 자들의 옷을 그 못에 걸었을 것이다. 째깍째깍 돌아가는 시계나 달력을 걸었을 것이다. 아니면 살아갈 이유가 될 수 밖에 없는, 희망의 다른 이름인 어린 아이들의 모자를 걸었을 것이다. 그러니 뽑지 않고, 나는 거기에 찬 거리를 헤매다 돌아온 내 차운 옷가지를 걸었을 것이다.


  어떤 상처는 쉽게 뽑히기도 하겠으며 그 뽑힌 자리가 쉽게 아물기도 하겠지만, 어떤 상처는 쉽게 뽑히기는커녕 더 단단히 안으로 파고드는 못이 되기도 할 터이다.


  도심의 편의점에서 홀로 도시락을 사 먹는 청년들에게서... 해질 무렵 파고다 공원의 뒷골목 혹은 노점에서 허름한 작업복을 입고 더운 국밥을 허겁지겁 먹고 있는 그 많은 아재들에게서... 찾아오는 손님도 없이 좌판을 펼쳐 푸성귀를 팔고 있는 모래내 시장 곳곳의 내 어머님같은 할머니들에게서... 차마 뽑아 버리지 못하는 못을 본다.


  거기 결코 우리네 생이 포기할 수 없는 뜨거운 것이 걸리고 있으며 계속해서 걸릴 것이다. 그게 굳이 상처가 낳은 진주가 되지 않아도 좋다. 그건 엄연히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가 포기할 수 없는 존엄한 사랑이자 희망의 다른 이름일 테니까~~~



--'거기 결코 우리네 생이 포기할 수 없는 뜨거운 것이 계속해서 걸릴 것이다', Pixabat 무료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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