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별에서 만난 사람에 대한 시
-베르톨트 브레히트
호숫가 나무들 사이에 조그마한 집 한 채.
그 지붕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이 연기가 없었다면
집과 나무와 호수가
얼마나 적막할 것인가.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라는 시집이 내 오랜 서재에 꽂혀 있다. 시 쓰시는 김광규 선생이 우리말로 한 땀 한 땀 정성껏 옮긴 시집. 이 시의 집 속에 내 눈을 오래 붙들어 맸던 시가 한 편 있었다. ‘연기'.
오랜만에 낡은 시집을 펼친다. 눈을 감는다. 그 지붕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지그시 바라본다. 모락모락 따스한 입김을 불며 내 마음의 밑바닥... 훈훈한 불씨가 지펴진다.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이 비정한 도시에서, 자연을 추방해 버린 우리들은 역설적으로 늘 그 빚진 자연에 대한 근원적 죄책감으로 인해 자연을 이상화한다. 속도의 문명이 완전히 파괴한 자연이라는 비정한 현실은 이제 분명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다. 그 돌이킬 수 없는 슬픔이 자연을 오마쥬하게 한다. 자연의 일부이면서 더 이상 자연이 아닌 인간 스스로를 끝없이 밀어내면서...
아귀다툼처럼 인간들이 들끓는 문명, 그 공간에 조성된 인공자연을 보면서 사람들은 가끔 한숨짓는다. 아~ 저 아름다운 자연이 없다면 인간은 얼마나 적막할 것인가... 라고.
그러나 시인은, 시의 화자는 말한다. 하루의 노동을 마치고 밥과 국을 끓이고 있을, 어두워가는 어둠과 추위를 밝히기 위해 피우고 있을... 지붕의 연기를 보며 말한다. ‘이 연기가 없었다면 / 집과 나무와 호수가 / 얼마나 적막할 것인가.’라고...
이 어려울 것 없는 소리에... 나는 놀란다. 이렇게 인간냄새 나는 시를 여지껏 본 적이 없어 놀란다. 이렇게 쉬운 언어로 나지막히 그 인간 냄새를 풍기는 시를 여지껏 맡은 적이 없어
놀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