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별에서 내가 만난 사랑의 시
- 울라브 하우게(Olav H. Hauge)
내게 진실의 전부를 주지 마세요,
나의 갈증에 바다를 주지 마세요,
빛을 청할 때 하늘을 주지 마세요,
다만 빛 한 조각, 이슬 한 모금, 티끌 하나를,
목욕 마친 새에 매달린 물방울같이,
바람에 묻어가는 소금 한 알같이.
목이 마를 때 누군가가 '바다'처럼 드넓은 물을 내게 주었으면 했다.
정전이 오고 시커먼 어둠 속에 웅크려 있을 때
신이 있다면 눈부시게 푸른 하늘을
밝은 하늘빛을 내게 비췄으면 했다.
내 몸 하나 누일 방 한 칸 있었으면 하던 시절,
말은 안 했지만 방 세 칸 짜리 서재 달린 집이 내 것이었으면 했다.
'모닝'이라는 조그마한 경차를 할부로 샀을 때 너무 기쁘고 행복했었지만, 그리고 늘 부인하고 부인했었지만
불안하게 떠는 내 차 옆을 쌩 하고 지나치는 '아반떼'를 탔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었다.
인간의 욕망은 지나치게 입이 크다.
입을 벌리면 무엇이든 다 먹어치울 수 있을 것만 같아
더 많은 것, 더 큰 것을 탐하고는 한다.
평생을 노르웨이의 시골에서 과수원 농부로 살았다는 울라브 하우게.
무슨 시공부는 해 본 적이 없는 시인의 쉬우면서도 직관의 언어는
스님의 죽비처럼 아프게 나의 너의 우리의 어깨를 때린다.
햇살 한 조각에 물 한 모금에... 나는 진정 만족하고 감동한 적 있는가?
아침에 일어나 햇살에 몸을 드러낸 티끌 하나에 '살아있음'을 느껴본 적이 있었던가?
좋은 시는 윤리적으로 어떤 통증을 유발한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지금 나의 삶이 거대한 진리가 아니라 작은 진실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가를.
아~ 아프지만 좋다.
좋은 시 한 모금을 마셨다.
작가: 하우게
출판: 실천문학사
발매: 2008.10.27.
https://www.youtube.com/watch?v=gkaymwVHykk
-- '다 고마워지는 밤', 강아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