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별에서 잠시 멈춤의 시
-이창훈
요즘 입 안에서
혀를 궁굴리며 음미해 보는 말
뒤돌아 보지 않고 질주만 하는
세상의 속도가 어지럽게만 느껴질 때면
더디고 느린 속도로 조용히 내 가슴 속으로 들어와
저무는 노을처럼 나를 물들이는 말
온갖 실용서와 처세를 담은 책들이
온통 결심決心과 작심作心을 강조하며
핑크빛 성공과 드림을 욕망할 때
한 번쯤 손목의 시계를 풀고
화려하고 재밌는 스마트폰도 꺼놓고
자동차의 시동은 끈 채
저물어 가는 해를 느리게 쳐다보라고 속삭이는 말
저물다 어두워가는 어둠 위로 뜨는 별을
목이 아프도록 올려다 보며
멀리 있어 아픈 그리움을
옛사랑을
기다림을
느린 소의 되새김질로 곱씹어 보라는 말
속도와 욕망으로 구르고 굴러
닳고 닳은 마음을 그냥 아무 생각없이
바닥으로 내려 놓으라는 말
햇살 한 줌에도 산산히
재처럼 주저 앉으라는 말
털썩 주저 앉은 그 자리
꽃이 피고 바람이 불어 오리라는 말
--(2016. 10. 15. 네이버 블로그에 갈무리했던 시)
네이버에 '이 별에 사랑하려고 왔다'라는 이름으로 블로그를 개설한 게
까마득한 옛날인 것만 같다.
오늘 저녁 천천히 블로그에 갈무리했던 시들을 살펴보다가
이 시를 발견했다. 2010년 초반에 썼던 시같은데...
무언가 바쁘게 흘러가는 세계와 일상 속에서
분주하고 불안하며 아픈 마음.
그 마음 한 자락 내려놓고 싶은 열망이 가득했던 날들이었다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