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별에서의 이별의 시 --
-이창훈
사랑은 저렇게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있는 것
준비된 말도 없이
하얀 손을 흔들며
먼 기억 속으로 너는 가고
먼 하늘에서
은빛 사금파리를 떨구며
어깨에 내려와 쉬던
새들도 깃들지 않는다
허공에 들린 발
바닥에 박힌 못은
녹슬어 가는 안간힘으로
땅에 뿌리박은지 오래
올 수도 갈 수도 없는
기다림은 얼마나 참혹한가
바람이 바람처럼 스쳐 지나간
빈 들의 적막은 그 얼마나 공포스러운가
황무지의 아스팔트길
붉은 신호등을 건너
황사처럼 몰려오는 자여
사랑이 없는 빈 몸이라고
함부로 말하는 자여
빈 껍데기의 몸으로라도
오지 않을 것을 기다려보지 못한 자여
사랑은 이렇게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오지 않을 너를 맞이하는 것
모든 사랑의 시는 이별의 시이다.
사랑할 때 우리는 결코 시를 쓰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 전에 써서, 두 번째 시집에 갈무리 해 두었던...
내가 썼지만 내겐 아주 특별한 시. 이것 역시 사랑의 시이다.
반드시 올 것을 기다리는 것은 기다림이 아니다.
오지 않기에 기다리는 자는 정말 사랑하는 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