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박물관 속 허수아비

-- 이 별에서의 이별의 시 --

by 이창훈
농업박물관 속 허수아비(이창훈).jpg



농업 박물관 속 허수아비

-이창훈



사랑은 저렇게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있는 것


준비된 말도 없이

하얀 손을 흔들며

먼 기억 속으로 너는 가고


먼 하늘에서

은빛 사금파리를 떨구며

어깨에 내려와 쉬던

새들도 깃들지 않는다


허공에 들린 발

바닥에 박힌 못은

녹슬어 가는 안간힘으로

땅에 뿌리박은지 오래


올 수도 갈 수도 없는

기다림은 얼마나 참혹한가


바람이 바람처럼 스쳐 지나간

빈 들의 적막은 그 얼마나 공포스러운가


황무지의 아스팔트길

붉은 신호등을 건너

황사처럼 몰려오는 자여


사랑이 없는 빈 몸이라고

함부로 말하는 자여


빈 껍데기의 몸으로라도

오지 않을 것을 기다려보지 못한 자여


사랑은 이렇게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오지 않을 너를 맞이하는 것





모든 사랑의 시는 이별의 시이다.

사랑할 때 우리는 결코 시를 쓰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 전에 써서, 두 번째 시집에 갈무리 해 두었던...

내가 썼지만 내겐 아주 특별한 시. 이것 역시 사랑의 시이다.


반드시 올 것을 기다리는 것은 기다림이 아니다.

오지 않기에 기다리는 자는 정말 사랑하는 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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