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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아트리체

이 별에서의 사랑의 시

by 이창훈

베아트리체

-이창훈



긴 손가락의 여자

가늘고 긴 손으로

내 얼굴을

차갑게 부르튼 내 손을

아픈 마음을 매만지는


너는

고운 눈으로 별을 보는 여자

별빛같은 눈으로 나를

죽어가는 아이들을

바닥에 핀 풀꽃들을

지그시 바라보며 우는


너는

물음표의 귀를 가진 여자

세상 모든 신음을

제 마음의 통증으로 듣는


너는

입이 아닌 마음으로 말하는 여자

아프다 라고 말하지 않아도

아픈 여자

슬프다 라고 말하지 않아도

눈물의 강으로 조용히 흘러오는 여자


모두들 어디론가 떠나고

아무도 없을 쓸쓸한 세상에

나를 너를

죽어가는 아이들을

바닥에 핀 흔들리는 풀꽃들을

껴안아준 여자

껴안아줄 여자


해는 지고

보이지 않는 별 아래

상처의 등을 밝히고 부는 바람 속을 걷는


너는

절망의 끝에 희망이 있다고 믿게 하는 여자

비틀거리다 쓰러져 가는 몸을 다시 일으켜세워

마지막 걸음을 한 발 두 발

자꾸만 디디게 하는


너는

슬픔의 안에서 슬픔 밖에는 볼 수 없던 내게

슬픔의 밖에서 슬픔의 살을 들여다 보게 하는


너는

'운다'라고 쓰게 하는 여자

아니

그냥 '운다'

그 자체인


너는

우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우는 눈에 나를 담아내어

우는 눈 속에 우는

나의 눈으로 나를 비추는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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