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그래비티

옛사랑

이 별에서의 사랑의 시

by 이창훈
옛사랑(이창훈).jpg



옛사랑

-이창훈



날이 저문다

저무는 해는 말한다

이제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을


어둠은 서서히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따라 저벅저벅 내려오고

등을 켠 하늘의 별들이 쓸쓸하게

눈을 밝히는 밤


거기

잡은 손을 놓아야만 하는 골목이

가장 쓸쓸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그 골목 그 바람 맞으며

꼬옥 껴안지는 못하고

뜨겁게 입술을 포개지는 못하고

떨리는 손과 손을 맞잡은

너와 내가 있었지


저기까지만 하고 바래다 주면

또 저기까지만 하고 다시 바래다 주는

너와 내가


어둠이 깊어지고

스산한 바람은 끝없이 불어와도

마음은 환해지고

세상 그 누구보다 온기를 나누는

너와 나의 따스한 손이


잡은 손을 놓지 못한 채

그 골목 여기에서 그 집 앞 저기까지

자꾸만 서성이던

너와 나


거기 사람이 있었지

거기 사랑이 있었지





★ 모래내, 모래내 시장 골목. 너를 바래다 주러 가던

그 쓸쓸했던 골목, 길

이문세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되돌아서던

조동진의 '나뭇잎 사이로'를 읊조리며 뒤돌아서던


그렇게 야윈 얼굴로 그러나

누구보다 뜨거운 사랑의 가슴으로

행복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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