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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 Oct 29. 2018

한국 유학생들이 느끼는 중국의 놀라운 점

[지금, 중국#43 알쏭달쏭 궁금한 신기하고 재미있는 중국이야기]



'지금 중국' 매거진을 관심있게 지켜 본

독자라면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필자는, 중국의 수도 베이징(북경)과

중국 금융의 중심지 상하이(상하이)에서

수 년간 "한국인 유학생"의 신분으로 살아왔다.


그 시간들은 필자가 학업과 문화적응이라는

두가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 했던

시절이기도 하고, 그와 동시에

중국 자신에게도 놀라운 발전과 

변화를 경험한 시기이기도 하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문화와 사회적 차이,그리고 

사고방식의 상이함등을 겪으며,


유학생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단순한 학문의 연장인 동시에,

중국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좋은 돋보기가 되어줄 수 있음을 깨달았다.


입시철이 다가왔다.

글로벌 인재의 꿈을 안고,

해외 유학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도 적지 않을 터.


이에, 지금, 중국 41화는, 입시철을 맞아

'한국 유학생'의 입장에서 바라본 알쏭달쏭하고 재밌는

"중국문화" 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 자 한다.




    1. 궁금한 것이 있어?

         알고 싶은 것이 있어?

          그럼 단체톡방으로 와!


5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스마트라이프"열풍은

일상생활을 넘어서 학교의 풍경까지 

바꿔놓았다.


스마트폰의 보급화, 중국의 IT산업의

기하급수적 발전으로 인해,

대부분의 학생들이 3G 이상의 휴대전화를

가지게 되면서, 각종 공지사항부터 모든 학적처리를

온라인으로 처리하게 된 것이다.


그 중, 우리가 흥미롭게 보아야 할 부분은 

바로 "단체톡방"의 활성화이다.

(단체톡방은 중국어로 췬群 이라고 한다.)



사진1: 중국에서는 모든 일을 이 '단체톡방'에서 해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사정보공유도, 학사공지도 모두 이 곳에서 이루어진다.


중국 거의 모든 대학에서는

이 단체톡방, '췬'이  개설되어 있다.


알고 싶은 것, 궁금한 것,

즉시 처리해야하는 학적 사무부터

각종 건의사항, 사소한 생활정보의 교류까지


모두 이 곳에서 "원스탑"으로 해결되고,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회 이슈부터,

재미있는 유행어까지 그 곳에서

전파되고 소통되기 때문에


중국 대학생활에서 단체톡방의 가입과 활동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중국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이 "단체톡방"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까지

모두 이 곳에서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중국 대학생들 사이에서

"공부"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단체톡방을 수시로 확인하는 것"이라는 말이

생겨났겠는가.


그러니, 중국 유학을 앞 둔 독자들이여.

현지에서 마주한 "단체톡방"을

파편적으로 오가는

"몇몇의 단체카톡방" 수준이겠거니, 라고

과소평가하지 말길!


(2G 휴대전화 사용을 고집했다가

유학 초창기 시절,

수많은 정보와 학적공지사항을 놓치고 말아

엄청 애를 먹은 필자의 사례를 명심하길 바란다.


물론, 과실에 대한 책임은 오로지 본인에게 있기에,

그것을 메우기 위해서 자신이 부담해야하는 정력소모는

자신이 부담해야 한다.)


2. 수업 끝나고 어디가?

    어디가긴!

    기숙사가서 한 숨 자야지!!!


중국 대학생들과 한국 대학생들이 가진

가장 뚜렷한 차이점 중 하나를 꼽으라면,


수업 후 삼삼오오 모여 낮잠을 자러 간다는 것이다.


필자는 한국에서는 대학생활을,

중국에서는 대학원 생활을 경험하였다.


하지만,한국에서는

도서관에서 잠시 쪽잠을 자는 경우는 봤어도,

수업이 끝난 뒤, 동기나 선후배들과

함께 점심을 먹은 뒤,


함께 손잡고(?) 자연스레

기숙사로 낮잠을 자러 가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이어지는 수업의 압박 때문에

집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그저, 춘곤증의 고통과 싸워야하는

한국 대학생들에 비해


중국 대학생들은 시간적 여유만 있다면 

언제든 낮잠을 청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바로 그들이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이다.



사진2: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해야하는 중국의 대학생들은, 점심을 먹고 난 후 기숙사로 돌아가 낮잠을 청하는 것에 익숙하다.


알다시피,

중국은 세계 면적4위,

인구1위의 나라이다. 


땅은 넓고 사람은 많지만,

그에 비해 고등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교의 수, 그리고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경제적 요건을 가진 가정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래서 그들 중 대부분은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을 떠나

타지역으로 '유학'을 떠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유학'을 온 대다수의 

중국대학생들은 4인 1실, 

혹은 8인 1실의 기숙사에서

단체생활을 하게 되는 것이다.


설사, 고향에 속해있는 대학이나, 

대학원을 진학한다해도

기숙사 생활은 필수이다. 


('오포' '모바이크' 등

공유자전거가 중국 내에서 활성화 되고 

붐이 일 수 있었던 주요한 이유 중 하나도,

학교 캠퍼스와 기숙사를 왔다갔다 하는

중국 대학생들의 높은 사용률 때문일 것이다.)


사진3: 어려서부터 점심 낮잠을 자는 것에 익숙한 중국인들. 이 시간에는 교수님들도 연구실 문을 잠그고 숙면을 취한다. 


중국인들에게 낮잠문화가 중요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학교, 회사 가릴 것 없이

점심시간을 낮잠시간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들은 아주 어려서부터 이렇게 낮잠 문화를 배우고,

낮잠이란 오후 시간을 더욱 알차게 보낼 수 있게

만들어주는, 집중력을 되찾는 시간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에, 


그들에게 있어 '낮잠'은

회사나 학교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일인 것이다.


중국의 점심시간이 타 국가보다 길고,

낮잠시간에는 왠만해선 업무 요청을 하지 않는

분위기도 이러한 연유에 있다.


많은 학업량을 소화해야 하느라 피곤한 중국 대학생들이

학생식당을 통과하여 자연스레 기숙사로 돌아가는 모습은

이러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중국에선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그러니, 

당신과 함께 식사 후, 도서관이나 커피숍이 아닌,

기숙사로 자연스레 발걸음을 옮기는

동기를 마주한다고 해도

놀라워하거나, 서운해하지 말기를.


   3.세익스피어?

      아~샤스비야 말하는 거야?


해외에서 '유학생으로 살아가기'는

말처럼 쉬운 일만은 아니다.


문화적인 차이도 적응해야 하고,

언어적인 장벽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대학교 이상의 고등교육을 받아야 하는

한국유학생들에게

가장 먼저 '멘붕'을 일으키는 것은


바로 "영어가 사라진"자리를 차지한

외계어 같은 중국"전공 전문용어"가 아닐지 싶다.


사진4: 모든 외래어를 중국어로 치환하여 쓰는 중국. 그러한 탓에 외국 유학생들은 원어와 전혀 달라 유추조차 할 수 없는 외래어들을 참고서적에서 만날 떄 가장 난감하다.


지금 중국에서도 언급한 바 있듯,

중국은 "외국어"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음역하거나 의역하여 "중국어"로 바꾸어 사용한다.


(극 소수의 사례를 제외하고서,

영어를 그대로 쓰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관련 칼럼을 보고 싶다면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s://brunch.co.kr/@poetgarden/17


하지만, 한국 유학생들이 황당함을 느끼는 지점은

일상생활에서 마주칠 수 있는

프랜차이즈 식당의 이름이나,

고유명사 같은 것은 그렇다치더라도

학술계에서 쓰는 전문용어까지 죄다 "중국식"으로

바꿔서 사용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음역과 의역을 통해 번역된 용어들 중에서는

음의 유사성으로 인해 추측이 가능한 것도 있지만,

따로 공부하고 외워두지 않으면

전혀 가늠이 되지 않는 단어들도 있기 때문이다.


바로, 제목에서 예를 든, 

세익스피어가 그러한 경우에 해당한다.


필자가 공부했던 중문과의 경우,

전공의 특성상, 외국 문호들의 이름을

수업시간에 언급할 기회가 적지 않았는데,


오히려 더 자신있다고 생각했었던

서양 작가들의 이름이

난생 처음 듣게 된 외계어 같다고 느껴졌었던

첫 수업의 충격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영어는 사용율이 매우 높은 언어니까,

오히려 전문용어들은 바로 알아들을 수 있을거야...

라는 생각은 그 날 와장창 깨져버렸다.)


세익스피어는 중국어로 샤스비야莎斯比亚

헤르만헤세는 赫尔曼黑塞 허얼만 헤이싸이

단테는 但丁딴띵 이다.


(생각해보라.

수업시간에 교수님의 생각을 이해하는 것에도

진이 다 빠질 지경인데, 중간중간에 이런 외계어의

공격까지 받는다면...그야말로 귀와, 눈, 손이 순간

이동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아마, 중문과를 포함한 인문학을 제외한

이공계 계통의 한국 유학생들은 더욱 큰

충격에 휩싸였을 것이라 감히 상상해본다.


혹여나 중국에서 과학자의 꿈이나,

테크니션의 로망을 가지고 있는 독자들이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중국어 전자사전을 잊지 마시길.


4. 교수님 하이~~

   너 설마 지금 선생님한테 

   손 흔들며 인사한거니?


필자가 중국 유학생활을 통해 깨달은

중국특유의 문화 중 하나는,

바로 중국에서 교수님과 제자와의 관계가

조금 “이상하다(?)라는 것이었다.


물론, 유교문화를 공통점으로 가지고 있는

중국과 한국 모두

자신을 가르쳐주고 이끌어주는 스승에 대한

예의와 공경을 가져야한다고 배우지만,


중국 학생들들에게 있어 선생님은

우리의 그 것보다 훨씬 가깝고,

친근한 존재라고 볼 수 있다.




사진5: 중국에서 교수와 학생의 관계는 우리나라의 그것보다 수평적이고 덜 위계질서적이다. 누구나 교수와 토론과 언쟁을 벌일 수 있다. 인사도 손인사만 하면 된다.



중국에서의 유학생활동안,

필자는 중국 학생들과 교수님들이

스스럼없는 대화를 나누고,

심지어 교수님을 놀리는 짖궂은 농담을

주고 받는 것을 심심치 않게 목격한 바 있다.


한 때는 앞에서 언급한 대학 전공 "단체톡방"에서

교수님의 사진으로 만든 "짤"을 유통시키는 것이

큰 유행이 되기도 했는데,


심지어 어떤 학생은 교수님께 이러한 짤을 보여주고 

함께 깔깔깔 웃기도 하였다.


이러한 문화가 형성된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존재하겠지만,

무엇보다 중국어가 한국어와 달리

"경어"라는 개념이 뚜렷하게 없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물론 존경을 의미하는 뜻을 내포한 단어가 있기는

하나, 한국어와 같은 어미상의 경어법이 있는 것이 아니다.)


상대가 자신보다 나이가 많든 적든

동일한 인칭어인 니 你(너, 당신이라는 의미)를

사용할 수 있으므로, 

우선 언어상으로 위계질서를 느끼기가 쉽지 않고,


또한, 한국처럼 머리나 허리를 숙여 하는 

인사법이 없다는 점도 주목할 차이점으로 꼽을 수 있을 터.


중국에선 나보다 나이가 많든 적든,

상대가 교수님이든, 할아버지든,

아주 높은 관직의 아무개 이든,

모두 손을 흔들어 인사하기 때문에


분명, 외관적으로 본인보다 훨씬

연령이 높은 손윗사람인데도 불구하고

고개도 숙이지 않은 채 친구처럼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생소한 장면"을 종종 목격하게 되는 것이다.


(아마, 이는 한국 학생들이 중국 유학을 시작하게 되면서

봉착하는 가장 충격적인 장면 중 하나 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은 반대로, 중국 교수님들이

한국 학생을 제자로 받았을 때, 느끼는

특이한 한국 문화 중 하나이기도 하다.


중국 교수님들이 외관상 유사점이 많은

아시아 학생들 중에서

한국 학생들을 찾아내는 식별법 중에 하나가

이 고개와 허리를 숙여 하는 인사법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러니, 중국에서 

학문의 길을 가고자 하는 독자들이여!

고개를 숙이거나, 허리를 굽혀서 인사하는 것도 좋지만

한 번쯤은 교수님께 반갑게 손을 흔들어 인사해보는 것은 어떨지?


어쩌면, 인상 찌푸린 교수님의 표정 대신

반가운 손인사를 화답으로 받게 될 지

모를테니까 말이다.


오늘의 지금 중국어


내가 단체카톡방에서 말했잖아!
我不是群里说的嘛!
워부스췬리슈오더마
[ wǒ ][bú ] [ shì ] [ qún][ lǐ  ][ shuō ][ de ][ ma ]



*본 칼럼은 저작권 보호를 받습니다.

관심과 사랑은 소중한 댓글과 출처를 밝힌 공유로 부탁드립니다.


E.MAIL : poetgarden@naver.com 

(어떤 질문과 관심도 좋습니다. 댓글이나 이메일로 남겨주세요.) 


다음 이시간에는 중국인들의 뺴뺴로데이에 대해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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