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세이 '사이하다' #29.헤엄과 잠수사이]
만약
당신이
그 시절 내가 당신을 떠난
이유를 묻는다면,
왜 더 오래
당신 곁에 머무르지 않았는지
그 마음을 알고 싶다 한다면,
나는 조용히
지난 날의 당신을 찾아가
손을 잡고 바다로 들어가자 말할 것이다.
끝없는 심해의 유속을 세어보자 말할 것이다.
그리고 나지막히 이렇게
속삭여줄 것이다.
자유로운 헤엄인 줄만 알았어
숨막히는 잠수인 줄 모르고,
당신과 평생 헤엄치며 살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흐르는 물길과 함께 유화를 그리고
밀려오는 파도와 손뼉을 치고
바다를 가득 채운 생명의 숨소리를 배경 삼아
내일을 잊은 채 춤을 출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명확해졌다.
수시로 변하는 물길은
갈수록 그림을 흐릿하게 만들고
달려오는 파도는
손뼉을 치기도 전에 곁을 스쳐 지나갔다.
삶의 맥박들이 하나 둘 씩 잦아든 심연엔
우리들의 심장소리만 남아
서로의 밤을 괴롭히고 있었다.
그렇게
당신과 함께 했던 것이
서로를 바라보던 헤엄이 아니라
서로를 등지고 참아내야 했던
잠수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당신과의 함께 보냈던 시간이
나의 자유가 아닌
우리의 인내였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나는 뭍으로 나왔다.
그리곤
여전히 출렁거리는 파도와
그 파도를 헤치며
사라진 나를 찾고 있는
당신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사라지지 않았다면
더듬어보지도 않았을,
없어지지 않았다면
뒤돌아 보지도 않았을,
우리의 일상이
서서히
무채색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한참이나 그렇게 지켜보며,
그저 조용히
이렇게 혼잣말을 할 수 있을 뿐이었다.
나의 절반으로
그 곳에
무덤을 만들고 나왔으니
꽃이 피면
당신도 잊지말고 뭍으로 나오라
꼭,
이 향이 다 사라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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