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맞지 않고 보고만 있으면,
피하지 않고 듣고만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비를 사랑할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비는
따뜻하고 포근한 이름이
될 수 있다.
당신도 그렇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고
보고만 있는다면,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세상 누구보다 가볍고 충만한
존재가 될 것이다.
하지만 때론 우린
무엇에 홀린 듯
손에 든 우산마저 버리고
빗 속을 헤쳐나갔고,
우산을 쓰고도 이유 없이
비에 홀딱 젖는 일이 많았다.
나에겐 지난 날
수많은 당신을 사랑하는 일이 그랬다.
당신을 갖고 싶다는 감정은
퍼 붇는 폭우, 그 속을
거침없이 내달리는 순간 같은 것이었고,
당신을 그리워하는 것은
어김없이 우산 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던
은은한 온기, 그 따뜻함 같은 것이었다.
당신은 가고,
비는 그쳤지만,
우산은 개의치 않고
천천히 말라갈 것이다.
때론 게으름을 피우며
한동안은 비의 기억을
간직할 지도 모른다.
마치
한번도 말라본 적 없었다는 듯이
처음부터 그렇게 젖어있었다는 듯이
한순간도
비를 사랑하지 않은 적 없었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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