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일생을 통해 내 뱉고 싶었던 단 한마디는

#9. 발화와 침묵사이


어쩌면,

일생을 통해

내 뱉고 싶었던

한마디가

사실은 "나" 라는

단 한글자 였을지 모른다.




당신은 자주 말을 더듬었다.

더듬다 더듬다

자주 길을 잃었고

침묵이 곧잘 길어졌다.


뱉어낼 수 없는 마음이 있다 했다.

가까이 갈 수 없는 언어가 있다 했다.


삼켰다 내 쉬는 한 숨 사이로

그 멋쩍은 웃음 뒷편으로

백년이 그냥 흐른다 했었다.


말하려다

말을 더듬는 순간이 있다.

말의 뒷모습을 지켜보려다

끝내 그 말을 넘지 못하는 순간이 있다.


쫓아도 잡히지 않고

붙잡으려다

오히려 제 자리에서 발이 굳어버리는

그런 기억들이 있다.


그래서

말한다는 것은,

말하고자 애쓴다는 것은,


사실 종종 어색한 침묵과

멋쩍은 머뭇거림을 동반하곤 하는 일이다.


어쩌면,



당신도, 나도 모두

그랬을 지 모른다.


말하려던 순간보다,

말을 더듬었던 순간이,

발화의 시간보다,

그 시간을 애써 지탱하던,

침묵의 시간이 더 많았을 지 모른다.


우리의 뒷모습들은

모두 그랬을지 모른다.


말하려다 말을 넘지 못하는 순간이,

뱉어낸 단어보다,

끝끝내 곁에 닿을 수 없는 단어가

더 많았을 지 모른다.


그 말들을 잡으려다

그 속에 되려

갖힌 적이 더 많았을 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말을 더듬던

수많은 침묵의 시간 속에서


발화의 머뭇거림의 수많은 반복속에서

잊고 있었던 사실 하나를

떠올릴 지도 모른다.


어쩌면,

일생을 통해

내 뱉고 싶었던

한마디가

사실은 "나" 라는

단 한글자 였을지 모른다는,


"其实

通过一生

想说的词

是否就是我一个,"

내가 말하고 싶었던

내가 닿고 싶었던

유일한 언어가

내 이름 하나였을지 모른다는, 명제를

비로소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를 말하고

나를 이해하고

나를 손에 쥐는 일이


단어 하나 내 뱉는 일보다

말 한마디 건너는 일보다

어려운 것이었노라고


먼훗날, 기억할 수 없을 당신에게

기억나지 않을 당신에게

말해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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