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날 수 없고 우리가 닿을 수 없었던 이유는

#11. 뿌리와 가지사이

어쩌면,

우리가

만날 수 없고

우리가

닿을 수 없었던 이유가,


뿌리와 가지처럼

당신은 수평으로만

나는 수직으로만

달렸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树枝2.jpg



나무를 오른 적 있었다.


그저 올려다보기만 했던 나무를

조금씩 딛고 올라가

나뭇가지에 내 몸을

기대본 적 있었다.


가지는 생각보다 단단했고,

굵었고,든든했다.


가지의 끝으로 조금씩 따라가자,

흙의 기억으로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땅의 마음으로는 차마 가늠할 수도 없었던,

가지의 삶이 눈 앞에 펼쳐졌다.


그 순간,

뿌리에겐

그저 가장 연약하고
가볍다 여겼던 이 나뭇가지 하나가,


사실은

세상에서 그 무엇보다

나를 가장 튼튼히 지켜줄

디딤돌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树木2.jpg


어쩌면,


우리가

만날 수 없고

우리가

닿을 수 없었던 이유도,


당신은 수평으로만

나는 수직으로만

달렸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마치 나무의 가지와

뿌리가 평생을

서로를 향해 뻗어가지만

일생동안

눈길 한 번 주고 받을 수 없는 것처럼,


树木.jpg


당신은 세상의 드넓음을 열망했고

나는 세상의 깊이를 갈망했었다.


이런 맹목적인 열망이

당신을 자꾸만 수평으로,

나를 끊임없이 수직으로,

그렇게 걸어가게 했는지 모른다.

그렇게 자신만 점점 커져갔을 지 모른다.


하지만,


당신의 수평과

나의 수직이


가던 길을 멈추고

단 한번 위를 올려다 볼 때,


옮기던 발걸음을 멈추고

단 한번 아래를 내려다 볼 때,


비로소 우리의 수평은

제 몸을 꺾어 하늘의 푸르름을 보고


비로소 우리의 수직은

제 몸을 뉘여 땅의 굳건함을 볼 수 있을 지 모른다.


그 순간,


뿌리는

당신의 심장같은 가지가 되고,


가지는

나의 축제보다 다채로운 뿌리가

되어줄 수 있을 지 모른다.


어쩌면,

당신의 수평과 나의 수직은

영원히 만나지 못할 것이 아니라


단 한번의 손짓

단 한번의 몸짓으로도

서로에게 가장 어울리는

그림자가 되어줄 수 있다는 것을

문득 깨달을 수 있을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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