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우리가
만날 수 없고
우리가
닿을 수 없었던 이유가,
뿌리와 가지처럼
당신은 수평으로만
나는 수직으로만
달렸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나무를 오른 적 있었다.
그저 올려다보기만 했던 나무를
조금씩 딛고 올라가
나뭇가지에 내 몸을
기대본 적 있었다.
가지는 생각보다 단단했고,
굵었고,든든했다.
가지의 끝으로 조금씩 따라가자,
흙의 기억으로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땅의 마음으로는 차마 가늠할 수도 없었던,
가지의 삶이 눈 앞에 펼쳐졌다.
그 순간,
뿌리에겐
그저 가장 연약하고
가볍다 여겼던 이 나뭇가지 하나가,
사실은
세상에서 그 무엇보다
나를 가장 튼튼히 지켜줄
디딤돌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가
만날 수 없고
우리가
닿을 수 없었던 이유도,
당신은 수평으로만
나는 수직으로만
달렸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마치 나무의 가지와
뿌리가 평생을
서로를 향해 뻗어가지만
일생동안
눈길 한 번 주고 받을 수 없는 것처럼,
당신은 세상의 드넓음을 열망했고
나는 세상의 깊이를 갈망했었다.
이런 맹목적인 열망이
당신을 자꾸만 수평으로,
나를 끊임없이 수직으로,
그렇게 걸어가게 했는지 모른다.
그렇게 자신만 점점 커져갔을 지 모른다.
하지만,
당신의 수평과
나의 수직이
가던 길을 멈추고
단 한번 위를 올려다 볼 때,
옮기던 발걸음을 멈추고
단 한번 아래를 내려다 볼 때,
비로소 우리의 수평은
제 몸을 꺾어 하늘의 푸르름을 보고
비로소 우리의 수직은
제 몸을 뉘여 땅의 굳건함을 볼 수 있을 지 모른다.
그 순간,
뿌리는
당신의 심장같은 가지가 되고,
가지는
나의 축제보다 다채로운 뿌리가
되어줄 수 있을 지 모른다.
어쩌면,
당신의 수평과 나의 수직은
영원히 만나지 못할 것이 아니라
단 한번의 손짓
단 한번의 몸짓으로도
서로에게 가장 어울리는
그림자가 되어줄 수 있다는 것을
문득 깨달을 수 있을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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