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내가 가진 유일한 공통점이
'허공'이라 생각한 적이 있다.
눈은 하염없이 나리고,
저 무수히 박힌 흰 점들 사이의 간격, 틈,
이 허공 속을 얼마만큼 더 걸어야
서로에게 닿을 수 있나.
생각할수록 고개만 떨구어지는 질문들로
우리의 밤이 한 계단씩 깊어지던 날들이 있었다.
가질 수 없어 간절해지는 것들이 있다.
품을 수 없어 그리워지는 것들이 있다.
서로를 확인하면 할수록
섞이지 않고 흩어지기만 하는
당신과 나의 교집합이 있었다.
그래서 허공의 손짓은 슬프다.
그것은 언제나 부재의 예감으로부터 시작하므로.
하지만,
우리가 걷는 이 길 위로,
눈이 기약도 없이 쏟아질 때,
창문 바깥의 나뭇가지 하나가
그 쌓이는 눈을 견디기 위해 허리를 숙일 때,
그렇게 세상의 모든 허공들이 만나
이토록 수많은 흰 벽지가 만들어지는 것을 볼 때,
우리는 비로소
당신과 내가 나누었던 허공의 교집합들이
허무함으로만 끝나지 않을 것임을,
우리의 이 숱한 무의미들이 모여
누군가 의미가 될 수 있음을 믿는다.
줄 수 없어 안타까운 것들,
말하지 못해 속상한 것들,
잡아두지 못해 서운한 것들,
당신을 향한
이해와 오해, 기억과 추억들이
섞이고 섞여
세상이 자꾸만 이렇게
텅텅 비워지고 있지만,
이렇게 오히려 수많은
허공의 교집합 속에서
우리의 삶은
조금씩 무르익고
묵묵히 깊어져간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당신과 함께 걷는 이 생은
"허공"으로 가득 할 지언정,
"허무"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당신을 향해 달려가는 이 "허공"의 몸짓이
당신의 "허공"을 더욱 투명하고 찬란하게 만들어 줄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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