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당신은 나를 모른다.

#20..[관계에세이"사이하다"] | 미로와 나침반사이


당신을 이해한다는 것은 마치

막다른 골목으로만 가는 길 같았다.


본 적 없는 표지판들의 뜻을 생각해내고

들어본 적 없는 이방의 말들을 추측하느라

나는 쉴 새 없이 바빴다.

그 어떤 풍경을 담을 틈도 없었다,


당신이라는 지도에서 그렇게

나는 자주 길을 잃었다.


익숙하다 여겼던 길에서

한 참을 헤매고,

방향을 쉽게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굴리는 일이 많았다.




왔던 길이 종종 희미해지고

앞에 놓여진 길이 수만갈래로 갈라질 때마다

잘못 든 길이 아닐까

의심하고 불안해졌다.


당신이라는,

도무지 해석할 수 없는

지도를 손에 쥔 채,

주저 앉아버린 적도 많았다.


마치 미로같았다.


어찌해도 맞출 수 없는 퍼즐 같았다.


돌아올 수 없는 어제 같았다.



하지만 사실,

나는 당신이

지도가 아닌

나의 나침반이 되길 바랐다.


당신의 웃음이 표지판이 되고

당신과의 기억이 내 앞에 놓여진

안전한 도로가 되어주길 바랐다.


그렇게 지도 없이도

불빛 하나 없이도

내 스스로 어둠을 헤쳐나갈 수 있게 해주길 바랐다.


당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막다른 골목에서

방향을 잃은 길 중간에서

주저 앉아 울던 그 순간,


미련하게 또 다시

당신이 떠오른 것도

그 때문이었다.


울음보다,

절망보다,

먼저 나를 붙잡은 것이

결국엔 당신이었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어쩌면

당신은 나를 모르고,

나도 그곳을 모른다.


어쩌면

당신은 나를 영영 모를 것이고,

어쩌면 나도 이대로 평생

미로 속을 헤맬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길을 멈출 수 없다는 건 안다.


멈출 수 없는 이 발걸음이


나의 지도는 되어줄 수 없을 지라도,


누군가의 나침반이 되어줄 것임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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