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우리는 하나의 선이 되었다.

#22.[관계에세이 "사이하다"] | [점과 선 사이]

너와 내가 같은 곳을 바라볼 때마다

우리 눈 앞엔

수없이 많은 점들이 찍히기 시작했다.


그 점들은

너의 시선과 나의 시선이 교차할 때마다

또한, 너의 발자국과 나의 발자국이 겹쳐질 때마다

쌓이고 또 쌓여갔다.


그리고 그 점들은 모여


마침내


하나의


긴 선이 되었다.




선은 위태로웠지만, 아름다웠다.

우리는 덕분에 나란히 걸을 수 있었고,

서로의 웃음소리를 가장 가까이서 들을 수 있었다.


더이상 기약없는 먼 곳에서

보이지도 않는 서로를 찾을 필요가 없었다.


선은 우리를 가장 완벽하게 지켜주고

보호해주는 가림막 같았다.


그 선안에서 나는 나의 외로움을,

너는 너의 불안함을 잠재울 수 있었다.


그렇게 너와 나는 선을 가진 후

비로소 우리라는 공간에서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를

무한한 안도감과 평화를 맛보았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전진과는 관계없이

선은 늘 같은 곳만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우리의 감정과는 관계없이

늘 같은 음악만을 들려주는 것 같았다.


우리는

마치,계절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갈수록 답답해졌다. 그리고 이내,


지루해졌다.


선 바깥의 세상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늘 그곳에서 반짝이는 항성恒星이 아닌,

저 멀리 떨어져 있는 행성行星의 하루가 궁금해졌다.


선이 되었던 순간들,

그 기쁨과 기억들이

조금씩 너무나 낯설어지기 시작하고


비록 선 위에 함께 서 있지만,

서로에게 점이었었던

그때를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게 되었다.


그렇게

누구는 점이 되어 떠났고,

누구는 끝내 선 밖을 떠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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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한때

그 누군가에게 점이었다,

선이 된 적 있다.


선이 되었음을 행복해하다,

다시 점이 되기를 소망한 적 있다.


그렇게 점과 선 사이를

헤매고 떠돌다

숱한 밤을 그냥 띄워보낸 적 있다.


그렇게 당신을

품었던 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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