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싸움의 기록 14
1.
생명으로서 한 사람이 발생하는 일은 30억 년 생명의 역사를 그대로 반복한다. 단세포 생물에서 다세포 생물로, 수중생물에서 육상생물로, 척추동물이자 포유동물로까지 이어지는 모든 과정을 한 사람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지켜볼 수 있다.
그렇게 30억 년의 역사를 학습하며 하나 인간이 탄생한다. 그리고 성장한다. 갈등하고 싸우기도 하며 성인으로 자란다. 대부분의 성인은 감정을 다스리고 이성으로 판단하며,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살아간다. 이것은 사회를 이루고 사는 인간에게 필요한 필수조건으로 점점 탄탄해진 이성으로 완성된다. 이것이 진화의 역사이고 생명으로 성장하는 과정이다.
생명은 별을 이루고 있는 똑같은 원자와 분자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생명은 우주의 응집체로 태어나 다시 우주를 바라보고 인지한다. 생명만이 가능한 일이다. 우주에서 생명이 발생하는 일에 이유가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2.
전쟁은 이런 생명을 죽이는 일이다.
전쟁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는 이유로 생명이 생명을,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패싸움이다.
3.
거의 모든 스포츠는 전쟁의 흔적기관이다.
투기 종목은 말할 것도 없고 과녁을 향해 발사하는 종목은 하나하나 적을 노리는 행동 그대로이다. 근대 5종 같은 종목은 근대 전쟁의 화석이다. 구기 종목을 비롯한 단체 종목은 적을 헤치고 들어가 적의 수장을 노리는 행동의 은유이다. 미식축구는 노골적인 땅따먹기의 유산이며, 달리기와 수영 같은 종목은 전쟁 이전부터 생존을 위한 싸움에 필요한 종목이었다. 마라톤은 전쟁에서 승리를 알리기 위해 초인적인 거리를 달리고는 죽은 이를 기리는 종목이다.
스포츠에 열광하다가, 그래서 가끔 섬뜩하기도 하다. 그러나 사람의 꼬리뼈와 같은 흔적기관은 불필요하기에 사라진 것들의 흔적이다. 전쟁은 사라지고 스포츠라는 흔적기관으로만 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