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병

by 문창승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본 지

어느덧 한 시간 일 분


눈길을 돌려

왼쪽을 바라보니

컴퓨터와 키보드는 책상 위에

왼쪽의 옆을 바라보니

셔츠와 청바지는 옷걸이에


사랑스런 자리를 지키며

평화의 고요를 외치는 이들 곁

아득한 신음 가득한

초라한 중환자 한 명


나의 집

나의 방

나의 침대

그 위에 나른히 누운

나의 눈동자와 영혼은

차분한 숲에서 맹렬한 숨을 내쉰다.


젖은 휴지마저

원통의 보금자리를 찾은 세계에서

오직 나만이

외지인의 고독을 입 안에 굴려

떠도는 소믈리에로 머문다.


늘 그렇듯, 떫음


녹색 충만한 초원 한가운데

홀로 갈색빛 띠는 허수아비는

안 쓰던 다리 하나를 기어이 끄집어내고


내 집이 아닌 내 집으로

내 방이 아닌 내 방으로

내 침대가 아닌 내 침대로

목청껏 고함치는 나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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