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누군가 가져온 아이스크림 케이크
그것은 냉동실에 우두커니 앉아
나를 기다린다.
쳇바퀴의 둥그런 행복이 버거운 이에게
녹을 듯 달디 단 시간이란
오직 저녁의 짧은 햇볕에만 가능한
그러나 저 행인에겐 지겹기만 한 놀이
노을이 지고
그 지평선 아래서 꺼내어
와구와구 퍼 먹으려던 내 앞엔,
야속한 모성으로 끓고 있는 곰탕
한 그릇 정량으로 온몸 덥혀줄 밥공기
기대에 맞춰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는 의무감
성실히 과제를 마친 모범생의 부풀고 무기력한 뱃가죽
실은 크림 덩어리가 온몸을 얼려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얼어붙은 몸이 다신 녹지 않은 채, 나를 굶어 죽게 만들 거란 공포심
잊히고 먼지가 되고 영영 어둠 속 입자로 떠돌겠지, 라며 엄습하는 죽음
그렇게 열심과 소심은 진심을 문대고
어느새 시간은 후울-쩍
만 년이 흘러 나는 기어코 한기 서린 금고를 찾는다.
길을 막아왔던 것들은 앞으로 십만 년을 더 버틸 요량이니
백만 년을 자라날 열망으로 원망의 끝을 고할 수밖에
마침내 포장을 발기고, 이윽고 아이스크림 케이크
토라진 채 한가득 퍼 올려진 그것이 다가오고,
신을 조롱하던 주저함을 끝끝내 씹어 삼켰듯
양 볼이 터지도록 그것을 욱여넣어 녹인다.
찢어진 입가에선 총천연색 피가 흐르고
시린 달콤함에 몸서리치며 웃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