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 별밭 속 희망을 노래하고
어느 초원에 필 꽃의 화사함을 그리기도
일상의 시적 순간을 드러내기도
가까운 이에게 향긋한 위로를 건네기도 했다.
때로는 저 너머 꿈에 눈을 빛내고
무한한 다름이 만발하길 바라고
지나간 행복의 자취에 여전히 미소 짓는
고집 센 낭만주의자가 되기도
지독한 낙관주의자가 되기도 했다,
글을 써 내려가는 순간에는
엉터리 가면을 벗고 간신히 기운 망토를 풀자
방 안의 나에게로 돌아온다.
권태와 우울로 잔뜩 움츠러들어
본질이란 독방에 갇힌
무기력하고 왜소한 그 존재에게로
뛰놀던 말이 금세 여윈 채 쓰러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