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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창승 May 18. 2022

당현천(堂峴川)

그곳의 한가운데엔

천진한 물과 대활한 풀이 엉키듯 있었다.     


제자리를 아는 것들

시민들의 못난이 벽화와

묘한 보랏빛 이름 모를 꽃과

투박한 정성으로 포장된 도로는

바깥쪽 각자의 성을 알맞게 지키고 있었다.     


갓 만든 유리

아이의 호기심보다 투명한 물결

주체 못 할 욕구처럼

일렁이는 초록으로 터져 나오는 수풀

다툼은 오직 이 둘의 사정이었다.     


그곳이 천(川)인 이유는

그러나,

얽히고설킴 속에서도

끝내 바윗돌 깔린 중심에서

굳게 천(天) 비추는 물 때문이다.     


부득이 밀려난 잎들과

기어이 자리한 냇물이

그곳의 이름을 정하고 있었다.

늪지대도 진흙더미도 아닌

하나의 명징함으로.     


우스운 타협 아닌 곧은 단언으로

또렷이 반짝이던 그곳이었다.

어느 늦봄,

타오름의 직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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